돈은 벌지만 집은 못 사는 4050, 대안을 묻다

소득 함정에 빠진 4050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책

by 사월이

“저는 여기 근처 임대주택에 살고 있어요. 곧 이사를 나와야 해요”

얼마 전 저녁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인이 담담하게 꺼낸 말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는 다르게 그 목소리의 온도가 사뭇 따뜻해서 놀라웠다.

세 자녀와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그녀는 맞벌이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지나가듯 툭 꺼낸 말이지만 그 뒤에 전달되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뭐라 위로의 말을 꺼낼지 몰라 망설이던 나는 하나 마나 한 말을 했다.

“무주택 기간도 길고 가점도 높은데 청약을 넣어보시는게 어떨까요?”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씁쓸하고도 여운이 길다.

“민간 청약은 당첨이 돼도 큰 일예요. 그 돈을 내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요”

우리는 일상 안부를 나누고 따뜻한 봄날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러게요, 열심히 살았는데 왜 우리는 아직 집이 없는 걸까요?’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입가에 맴돈다.


<소득 함정에 빠진 4050 무주택자>

최근 청년·신혼부부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 사이에서 4050 무주택자는 갈 곳을 잃는다.

정부는 복잡한 임대주택(영구임대·국민임대· 행복주택) 정책을 통합한 ‘통합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위소득 150% 이하 무주택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상당수의 4050 무주택자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은 너무 많아서’ 정책적인 지원은 받지 못하고, 형성된 ‘자산은 너무 적어서’ 주택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

정부는 “그 정도 소득이면 괜찮다”고 말하는데, 시장은 “그 돈으로는 집 못산다”고 말한다.

돈은 벌지만 모아둔 돈 없는 4050 세대는 정부의 각종 주택공급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닌가?

소득 함정에 빠진 4050 세대가 직면한 현실이다.

<1.29 대책, 청년층 주거안정화에 초점>

정부는 지난 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5년간(2026~2030) 135만 호 이상을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해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9.7 대책 이후 지난 1월 29일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거 안정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 과천, 광명 등 도심권에서 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호, 태릉 골프장 부지 개발을 통해 6,800 호를 추가 공급하고, 노후 청사 복합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공공부지 활용과 노후 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1.29 대책의 주요 대상이 청년층임을 밝히고 있다.

“보다 많은 청년세대들이 주거 걱정없이 미래를 꿈꾸고,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부담가능한 수준의 양질의 주택을 중점 공급 – 관계부처 합동 1.29 대책”

청년에게는 미래를 약속하는 정책이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며 이중 부양에 허덕이는 4050 무주택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출처] 관계부처 합동,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지분적립형주택,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소득이 늘어난 만큼 이중 부양으로 지출 부담(4050 샌드위치 세대, 내 노후는 누가 책임져주나요?)이 큰 4050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민간분양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노려볼 만하다. 전체 물량의 30%는 소득과 관계 없이 추첨으로 뽑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신축 ‘무순위 청약’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매주 로또 당첨자는 나오고, 디에이치자이 무순위 청약도 누군가는 당첨되었다.

서울시가 SH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공급 물량이 많지 않고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제는 당첨 ‘운’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주거 안정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지분적립형주택(적금주택)’을 눈여겨볼 만하다.

입주자는 분양가의 10~25%를 최초 부담하고 20~30년에 걸쳐 주택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다. 적금처럼 내 집의 지분을 적립해나가는 방식이다. 취득하지 않은 지분에 대해서는 전세시세의 80% 이하 수준에서 임대료가 책정된다.

[출처] GH, '경기도형 공공분약주택 추진방안'

아직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방식이 아니므로 지분적립형주택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그러나 주택을 ‘투자’의 수단이 아닌 안정적인 ‘거주’의 수단으로 바라본다면, 4050 무주택자들에게 지분적립형주택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책은 빈틈없는 연결이 중요하다. 비단 지분적립형주택 외에도 4050 무주택자들이 느낄 정책 소외를 해소할만한 추가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내 집을 '적금'처럼 사 나가는 방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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