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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하나 Jul 12. 2024

오고 가는 사람 속에서 속상해도

<Track 3_이소라>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 않을 땐 속상해하지 말아요

미움이 그댈 원하게 해도

짜증 내지 마세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너무 아픈 날 혼자일 때면

눈물 없이 그냥 넘기기 힘들죠

모르는 그 누구라도

꼭 손잡아 준다면

외로움은 분홍 색깔 물들겠죠"






먼저 다가가지 못하다/않다



어렸을 때에는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거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학창 시절 언제나 책상 주변으로 친구들이 모이는 사람이 부러웠고,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먼저 잘 다가가고 교우관계가 좋은 친구가 무척 부러웠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과 연애를 해보며,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전보다 쉬워졌고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그와 반비례로 그 안에서 인간관계 속 상처가 쌓여 점점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에게 너무나 고맙고, 쉽게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하지만, 혹시나 다시 받게 될 상처에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이런 감정과 상황에 점점 익숙해지고 의연하게 넘어가려 하지만, 아직도 때때로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받기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는 보통 친했던 친구나 혹은 갑작스레 살갑게 다가와 급속도로 친해졌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었던 경우였다. 물론 사람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경우는 흔하면서 일반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도 상대방에게서 실망감을 느꼈거나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을 때, 조용히 연락을 줄여 나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방법이 내가 느끼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상대방을 이해하지만, 나는 그저 아직도 상대방이 떠나갔을 때 느끼는 속상함을 잘 보듬지 못하는 것 같다.




속상하다는 감정, 그리고 어쩌면 필요한 건 단짝 한 명



이 속상함이라는 감정은 참 내게 어려운 감정이다. 멀어진 상대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도 서운하고 또 실망감도 있는, 그래서 화를 내지도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안으로 삭히게 된다. 그래서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만 그저 바라보고, 결국 머릿속에는 물어보지 못했다는 자책과 그렇게 떠나버린 상대에 대한 원망과 실망감이 한때 뒤엉켜 결국 속상하다는 감정만이 가슴 한편에 맺히게 된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을 때, 어쩌면 나는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절친한 단짝 한 명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매일 소소하게 수다를 떨고, 언제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지만 그런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내향적인 탓에 쉽게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드러내고 싶지 않아 했고, 고민과 걱정을 말하는 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느껴 섣불리 주변에 말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서른에 접어들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점차 친구들과도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있다. 같은 지역의 중학교였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환경과 관심사도 비슷한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길을 가게 된 것 같다. 나는 예체능으로 진로를 정해 이 길을 걷고 있고,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했다. 이미 결혼한 친구가 반이고, 최근에는 아이도 생기고 있다. 점점 서로의 고민과 걱정에 크게 공감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내가 친구들에게 내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는 게 어쩌면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내 인생은 어쩌면 단짝 한 명을 찾는 모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하게 내 이야기와 걱정, 고민을 말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소소하게 삶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단짝을. 그리고 그 안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상처받는 것이 아닐까.




단짝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주변



하지만 한 명의 단짝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가장 불안한 존재일지 모른다. 가장 감정적으로 가깝고 의지하는 만큼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실망감과 서운함을 크게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소한 일과 말로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평소라면 별 감정이 들지 않았을 상황과 말도, 오히려 작은 서운함이 큰 실망감으로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단짝보다도 결국 내 옆에 묵묵히 남아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이 더 소중한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1년에 한두 명 정도 좋은 친구를 만났던 거 같다. 단짝이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편하게 얘기하고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주었고 내 옆에 남아주었다. 내가 무신경해 연락을 자주 못하더라도, 외로움에 만남을 원하더라도 흔쾌히 답장을 해주고 나와주었다. 때때로 내 안의 깊은 얘기까지는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건 아닐까 싶다.


사실 아직도 이 주제에 대해 매번 생각이 바뀌고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더 단짝을 찾고 싶어 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지 않고 싶어 모든 연락을 멈추다가도, 다시 한번 좋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 놓기도 한다. 아직까지 상처를 받는 것처럼, 아직은 스스로가 이 문제에 관해 불안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하나는 알고 있다.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좋은 친구들로 주변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한 점이 진정한 단짝을 찾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친구들로 채워지는 게 될 수도 있다. 평생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을 수 있고, 생각보다 금방 정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불확실하지만 기대되는 미래가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의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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