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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Feb 04. 2021

힘든 일이 많았어요

고통의 수용

아까 TV에서 강형욱이 나왔다. 사나운 강아지가 입질이 심해서 주보호자인 여고생이 손발에 상처투성이인데도 겁내지 않고 묵묵히 훈련을 잘 이행하는 장면이었다. 힘들어 보였다.

"보호자님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힘든 일이 많았었나 보다."
"네."

 대답은 빠르고 담담했다. 이 짧은 대화에서 두 사람의 삶의 밀도가 단단히 느껴져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수식도 설명도 없이 단 한 글자도 군더더기가 없는, 눈도 안 마주치고 하는 대화로 두 사람은 자기 삶의 정수를 주고받는다. 어떤 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일을 통해 얻은 지혜로 사람을 읽어낼 수 있어야 이로운 전문가란 생각이 든다. 읽는 것을 넘어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지식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그걸 모르는 시절이 너무 길면 삶의 밑천을 날린다. 그걸 세상은 자만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스스로 충만해서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빈곤함. 그런 실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 저 견주는 어떻게 저렇게 단단하게 자라서 벌써 누군가를 기꺼이 책임지는 사람이 됐을까 싶다.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괜찮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없다는 견고한 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고생이 핑계나 방패나 무기가 되지 않고 사실로 수용된 상태. 그걸 단번에 읽어낸 강형욱이란 사람의 시선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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