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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Feb 19. 2021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글쓰기로 자아를 극복하기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얇은데 참 묵직한 책이다. 북클럽 호스트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세 번 정도 6개의 그룹과 <자기 결정> 시즌을 진행했다. 이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문학으로 자아의 한계를 극복하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독서보다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무의식의 판타지라는 깊은 기저에서 온 것일 때라야만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 큰 매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내적 검열의 경계를 느슨히 하고 평소라면 무언의 어둠 속에서부터 경험을 물들이던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은 거대한 내적 변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전의 그와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자기 결정> 29쪽



페터 비에리는 우리가 소설 쓰기를 통해서 자기 결정적 삶을 연습해 볼 수 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모든 멤버들이 자기 상상력의 범위가 곧 자아상의 한계임을 절실하게 느꼈고 픽션 쓰기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비 문학인들이 문학의 수용자이기만 했다가 생산자의 입장에 서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현실 감각과 반성적 성찰 능력에 변화를 느끼게 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각자의 자아상은 참으로 낯설면서도 너무나 정확하게, 쓴 사람 자신이었다. 그런 면에서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소설 쓰기를 시도한 것은 그런 독서와 토론의 경험적 맥락이 있었다.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원래 강의의 기록인데 이를테면 강의를 듣고 스터디를 만들어 협공을 하고 수행한 것이다. 내년쯤 또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스타의 북스타그램에 이 책  포스팅이 넘쳐나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였다고 한다. 덕분에 좋은 책이 많이 읽히고 알려졌으니 반갑다.

많이 읽히고 많이 토론되길. 참고로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훨씬 두껍지만 이 책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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