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과 윤동주를 만나다
간밤에 소나기가 내렸나 보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또렷하다
소나기마을로 산책 나서는데
알았다는 듯 소나기가 마중하네
소나기마을 걷노라니
두 사람의 뒤태가 어른거린다
아, 황순원
아, 윤동주
호명만으로도 설렘 안겨주고
아, 소나기
아, 별 헤는 밤
오늘 밤 소나기마을 밤하늘에 별이 열릴까
별 청년 보다 이년 먼저 태어난 소나기 청년
젊은 날 도쿄 와세다와 교토 도시샤에서 학문을 닦았으니
스치는 인연조차 없었을지 몰라
그럼에도 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그들의 흔적과 글향을 찾아 나설 때면 늘 설레지
소나기 청년보다 이년 늦게 태어난 별 청년은
향년 27세의 삶을 마치고
소나기 청년은 85년을 살았네
먼저 떠난 이는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되고
장수한 청년은 독 짓는 노인*으로 기억되려나?
소나기 내린 날 소나기 마을 산책은 소나기처럼 시원하다
소년 등에 업힌 소녀의 마음에도 서늘한 바람 한줄기 불었을까
* 황순원 작가의 작품 [독 짓는 노인]에서 가져옴
20250904 황순원소나기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