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거리

해운대 구남로에서 람블라스를 추억하다...

by 물들래

바다로 향하는 도로가 휘황찬란하고

자동차와 사람들 소음은 어수선하네

휘청거리는 네온사인은 빙글빙글 돌고

눈앞에 펼쳐질 바다 생각에 마음 다잡고

서걱서걱 소금모래 따라 말없이 걷는다


밀물처럼 가슴을 친 외로운 파도가

거침없이 질문한다 너는 대체 누구냐

지체 없이 답한다 고독을 자처한 사람이지

순간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로 회귀한다


카탈루니아 광장에서 시작된 시위대는

화려한 조명과 화원을 지나고 야외 테라스 담소는

끽연가의 백색 연기 사이로 남실거리고

람블라스 거리 끄트머리에서 출렁대던 지중해


가우디 건축물로 바르셀로나에 온 걸 실감하고

그 순간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않았네

그래서일까 더 혼자가 되고 싶었다

람블라스 거리 함께 걷던 그, 지금 구남로에 없다


자신의 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

살다가 길 위에서 떠나는 자연의 이치 받아들여야지

그 길이 산일 수도 바다일 수도 강일 수도 대로일 수도 적막한 길일 수도

그저 조용히 따라 걸으라고 권한다 그가 부디 그 길 마주하길 바라며


삶이 슬프고 통렬하다

생이 헛헛하고 애잔하다

람블라스 거리는 마음에 있고 구남로는 눈앞에 펼쳐진 가운데

버스커가 슬픈 발라드를 목이 터져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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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가을 일주일간 밤낮 바로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걷다...

<사족>

해운대 구암로와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공통점이 있다.

도로 끝에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넓은 보행자 전용도로가 바닷길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지난 9월 하순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로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일주일간 구암로를 따라 해운대 해변을 산책했다.

첫날 밤길을 걸으며 문득 람블라스 거리를 떠올렸다.

보행자도로 양쪽 상가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바다냄새와

북적이는 사람들만으로도 그 거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스페인이 그리웠는지도 모르지. 스페인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곳이니까.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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