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도 멈출 수 없는 독서
도서관을 좋아하나요?
가끔이라도 도서관 나들이할 때가 있나요?
굳이 독서가 아니라도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평화로움을 누리기 위해 방문한 적 있나요?
이 공간은 도서관과 연관된 것들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랄까요? 때로는 도서관과 관련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도서관으로 귀결되는 지점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아무튼, 도서관 연재를 시작해 봅니다.
도서관 이야기가 처음부터 시작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도서관 이야기가 빠지진 않을 겁니다. 그럼... 저와 아무튼, 도서관 여행을 떠나 볼까요?
매년 11월은 연중행사가 있는 달, 바로 가을이 내뿜는 천연 색감에 젖어드는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 올해는 11월을 조금 앞당겨 2025년 10월 28일 오전 일찍 출발했다. 첫 여행지는 신촌 이대아트모모하우스, 스웨덴 영화제 개막식과 개막작 관람이 목적이다. 개막식 전 이대캠퍼스 단풍 구경을 했다. 오색찬연 한 풍경 앞에서의 탄성은 아름다운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했다. 늦가을 캔버스를 알록달록 물들였다.
영화제는 올해로 14회째다. 스웨덴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매년 공들이는 게 느껴진다. 5년 전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초기 영화제 작품도 궁금해졌다. 내게 스웨덴은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많았다. 스웨덴 영화 산업에서 그를 외면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싶다.
조촐한 개막식에 이어 곧바로 개막작 <노바와 앨리스> 몰입해서 감상했다. 코감기 약기운으로 살짝 졸렸지만 영화는 흡입력 있었다. 영화는 2인의 뮤지션, 노바와 앨리스의 순회공연을 다룬 로드무비다. 스크린이었지만 120분간 스웨덴으로 음악 여행을 제대로 다녀온 느낌이랄까. 여성 취향의 영화로 노바와 앨리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주다. 감독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저 사랑 이야기로 봐 달라고.
상영 전, 화장실 세면대에서 감독과 나란히 서서 손을 씻었다. 화장실에서는 그저 스웨덴 영화제를 보러 온 관객인가 보다 했는데 감독이었다. 이런 반가움이라니... 더구나 스웨덴에서는 인기 있는 감독이었다. 엠마 부흐트 감독, 기억해야겠다.
노바와 앨리스의 환상적인 여름을 만났다면 이제 난 낭만적인 만추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할 차례다. 첫 여행지 수원 광교 호수공원으로 달렸다. 도로 정체가 이어졌지만 오후 5시 30분경 푸른숲도서관에 무사히 안착했다. 주차를 마치고 주변을 살피니 가을단풍이 보기 좋게 물들어 있었다. 도서관 로비에 들어서자 높은 층고 때문일까, 쾌적한 인상을 받았다. 종합자료실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과 준비해 온 책을 책상에 세팅했다. 이용객이 많았지만 워낙 넓은 공간이라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책벌레들의 체취와 종이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광교 호수공원에 인접해 있는 푸른숲도서관은 도서관 이름에 걸맞게 푸른 숲 속에 있다. 책 읽다 잠시 멈추고 푸른 숲길을 따라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주변을 천천히 산책해도 좋을 듯싶다.
방금 읽었던 책 속 인물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곱씹으며 걸어도 좋으리라. 아니 그냥 멍 때리며 두 발끝을 내려다보며 고요히 걸어도 좋다. 물과 숲이 있는 도서관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흡족하지 않은가.
자료실에서 우연히 손에 잡은 책 한 권, 제목에 낚였다. 그래서 제목은 중요하다니까.
사람은 읽어야 이해되는 책, 사랑은 거리로 유지되는 책
시인 김민정의 산문집 <읽을, 거리>에 만난 글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한참을 머물렀다. 아니 고요히 들여다봤다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를 만났던 순간과 비슷하다. 한 사람을 읽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대하소설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읽고 곱씹으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모양과 마음이 모두 다르니까. 그래서 우리는 슬프고 기쁘고 아프고 우울하다. 그럼에도 책 읽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푸른숲도서관에서 가장 부러웠던 공간이 있다. 바로 이색 공간인 푸른숲책뜰이다. 이곳은 사색하며 독서할 수 있는 곳으로 백리향, 산수국, 바람꽃 물봉선, 금강초롱 이렇게 다섯 개의 푸른숲책뜰이 있다. 매월 1일 10시에 다음 달 예약을 받고 있다. 인기 공간이라 서둘러서 예약(3시간 이용료 10,000원 현장카드결제)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도서관을 방문하면 주로 종합자료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래서 아직 푸른숲책뜰을 이용해보진 못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만난 다섯 공간의 책뜰 모두 자연친화적인 분위기였다. 독서모임 멤버들과 의논해서 시간 조율 후 이용해보고 싶다.
사진으로 만난 푸른숲책뜰 풍경은 따뜻한 실내외 인테리어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언젠가 쿠션감 좋은 좌석에 앉아 독서멤버와 책 이야기 나누는 광경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실천만이 남은 셈이다.
휴관일은 매주 금요일, 혹여 금요일 방문했는데 휴관일일 경우,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다. 열람실은 종합자료실보다 집중이 잘 된다. 속도감 있게 책을 읽어야 할 때에는 집중할 수 있는 열람실도 종종 애용하고 있다.
종합자료실은 밤 10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10시까지 알뜰하게 독서하고 퇴장했다. 1k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오늘의 차박지 광교호수공원 캠핑장으로 향했다. 내 마음대로 체크인, 체크아웃이 가능한 차박의 시작이다. 은근히 쌀쌀했지만 침낭 두 개와 모포가 있어 따뜻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일출 직전 기상, 달콤한 사과 한 알과 드립커피로 하루의 시작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