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집 가는 길

무지개와 민들레와 강아지똥 위로 번지는 빛

by 물들래

4년 만에 다시 찾은 권정생 집 가는 길

처음 찾았을 때 맞닥뜨린 불편하고 보잘것없던 공간

그때와 다르게 도배로 단장한 방 가지런한 실내화

그냥 맨발로 선생님 앞에 섰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영정사진 앞에 서니 4년 전 파르르 떨렸던 눈자위가 시큰거렸다


사찰 이름이 예쁜 고운사 가는 길에

권정생의 동화 몽실마을 표지판 눈에 띄었어

3km 거리네 순식간에 강아지똥과 민들레꽃이 그려졌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을 머물던 초라한 공간 앞에 서니

비루한 공간에 좀 더 세심한 손길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어

영정사진 마주하니 눈물이 핑 돌고 불현듯 강아지똥 문장이 떠오르더라


초등학교 때 무지개 색깔이 일곱이 아니라 열넷, 스물여덟 가지도 넘는다고 했으나

어린 학생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던 선생님이 원망스러웠을 권정생 학생이 눈앞에 보였어

선생의 작은집 뜨락에서 집을 지키던 강아지 머리 위로 햇볕이 따갑게 내려 꽂히고 있더라


여러 날 내린 비로 잘게 부서진 강아지똥은

거름이 되어 민들레 뿌리로 향하고 어느 날 꽃을 피우겠지

노란 꽃이 빛나는 건 황금색 강아지똥이 더해졌기 때문이잖아 무지개색이 담겨서일 거야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는 일곱 색이 빛나는 민들레꽃도 스물여덟 색 무지개도 만나게 될 거야

강아지똥 위로는 몇 개의 색깔이 반짝일까 무지개와 민들레꽃과 강아지똥 위로 번지는 빛의 축제

햇살 따사로운 마당에서 한참 서성인다 동화작가 발걸음 위에 내 발자국 포개고 강아지 머리 어루만진다


평상에 앉았다가 바위에 걸터앉았다가 강아지랑 놀다가 파란 하늘 올려다보다가 뒤란으로 한 바퀴 돌다가

한나절 따뜻한 햇볕 받으며 동화마을 맴돌다 몽실마을 나선다 언제 적 강아지똥일까 밟으니 발끝에서 바스러진다

빌뱅이 얕은 산언덕 낮달이 보인다 달과 별을 가장 먼저 만난다는 빌뱅이 언덕에서 까만 밤하늘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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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중앙, 우측 사진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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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중앙 사진 직접 촬영) 우측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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