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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May 01. 2023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

한국의 ‘엘 시스테마’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으로 불리는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의 제11회 정기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00:4

목포에서 만난 신안 1004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음악회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는 2011년 신안 섬을 돌며 아이들을 모아 창단했다. 현재 신안군의 14개 섬 초·중·고교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신안군과 신안교육청,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목포 여행 중 문화생활을 즐겨볼 생각으로 검색하다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와 신안꿈키움드림오케스트라 합동 연주회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무료 공연이었고 다행히 목포에 머물고 있는 시점이라 여유 있게 도착해서 음악 감상하기 좋은 좌석에 착석, 리허설까지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본 공연보다 리허설에서 감동이 조금 더 진했음을 밝혀둔다. 평상시 그들이 이렇게 연습하겠구나 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기분이라고 할까? 지휘자의 편한 복장 차림도 보기 좋았고. 정시에 등장한 지휘자의 성장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어서 한 시간 이내에 한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을 만난 셈이다.

리허설 모습 & 본 공연 모

황금의 비 왈츠, 장난감 교향곡, 가브리엘 오보에, 사운드 오브 뮤직 OST, 가을의 전설 OST, 바람의 빛깔, Viva La Vida, 섬 메들리까지 하모니를 이루는 1004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어느 순간 진하게 감동이 밀려와서 울컥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배경화면으로 음악과 관련된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감동이 배가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미션 OST 가브리엘 오보에 연주와 가을의 전서 OST 연주를 들으면서 이미 관람했던 영화 명장면들을 마주하는 기쁨까지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연주 중 살짝살짝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했고 박자가 늘어지는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런 감동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화된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매주 토요일 배를 타고 섬에서 압해도로 나와 연습을 하고 다시 섬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준비했던 연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와 신안 꿈키움 드림오케스트라의 합동연주회를 보면서 계속 떠오른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안녕?! 오케스트라>에서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모여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던 내용과 오버랩됐다. 쉽지 않은 연습 과정, 처음부터 음악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하고 화합해 나가는 과정이 비슷했다.

안녕?! 오케스트라, 감독 이철하, 출연 리처드 용재 오닐, 개봉 2013. 11. 28.

각자 남모를 사연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연주하고픈 악기를 선택할 것이고, 음악 수업을 듣는 과정을 밟아나가면서 힘든 시간을 극복해 나갔을 것이다. 힘들면 실패도 하고 눈물도 흘리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갔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면 '홀로'에서 '함께'를 배워나가게 될 것이다. 홀로 힘든 시간을 감내해 왔다면 이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뻗는 일도 나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고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상처받은 아이들의 하모니를 들으면서 <안녕?! 오케스트라> 다큐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어제 신안 1004 청소년오케스트라와 신안 꿈키움 드림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들으면서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피워낸 꽃 한 송이의 사연을 보는 것 같은 감정으로 가슴이 뜨거워졌기에 열렬한 환호와 뜨거운 박수로 감동을 전했다.


신안군에 위치한 수많은 섬에서 자신만의 악기를 만나서 연습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음악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그들의 반짝이는 성장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뻤다. 더불어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서 피어난 절절한 향기가 내 가슴으로 날아와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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