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4 사천문화회관 공연
여행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 경남 사천 미술관 전시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백건우 콘서트 현수막 발견. 바로 다음날 공연이니 혹시나 해서 연락해 보았다.
다행히 1층 중앙석에 1인 자리 취소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예약했다. 1인 일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2017년 겨울 런던 샤프츠베리에서 뮤지컬 MOTOWN 1인 취소 티켓을 득템하고 입이 귀에 걸렸던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났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하는 백발의 피아니스트를 사람들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부르는 이유를 그의 연주를 듣고 여실히 깨달았다.
모차르트의 피협 23번 전 악장 연주를 감상했던 작년 10월 14일, 그 시간을 사진으로 다시 추억해 본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를 감상하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공연장을 벗어나면서부터 몇 시간째 피협 23번에 빠져듦은 너무나 당연했다. 2악장을 연주하며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어쩌면 아내 윤정희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음악이 너무 처연할 만큼 슬퍼서 그의 슬픔이 연주에 녹아든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문득 최근에 읽은 네팔리 시인, 두르가 랄 쉬레스타의 시구가 떠오른다.
"사는 동안 무엇을 성취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슬픔이라고"
슬픔을 성취할 수도 있다니. 슬픔을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니. 더 슬픈 것은 성취하고자 하지 않는데도 우리에게 슬픔이 찾아올 때가 있고, 덮쳐올 때가 있으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아내가 떠난 지금 슬픔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애도의 기간이 사람에 따라 다르니 그가 언제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그 슬픔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저 슬픔이 슬픔을 위로한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그는 음악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차르트의 피협 23번 2악장을 오늘도 연주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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