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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May 01. 2023

데이비드 자민 展

내면세계로의 여행


더 현대 서울 2주년 특별전이라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모처럼 여의도 나들이를 나섰다.

관객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흡족한 전시는 아니었다. 특별전이라고 했지만 내겐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전시였달까? 다비드 자맹의 화풍이 일단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2021년 예술의 전당에서 ≪데이비드 자민: 내면세계로의 여행≫이란 첫 전시가 한차례  있었다는데... 이번 전시의 세 번째 여정과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일단 백화점 내에 위치한 갤러리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라서 1시간 정도의 관람을 마치고 가능한 한 빨리 야외로 자리를 이동했다. 


평균 2시간에서 3시간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해 보면 관람을 빨리 마친 경우이다. 각설하고 그의 전시는 총 여섯 개의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여정의 올리브 나무와 위제스, 에르브 광장과 시장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현재 작업실이 있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근처의 위제스를 필두로 다비드의 초기작부터 함께 해온 '움직임'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등의 작품에서 내가 선호하는 음악을 연상하며 흥얼거렸다.

두 번째 여정에서 전시 제목과 연관된 자유로운 멋쟁이, 프랑스에서 온 댄디보이를 만났다. 특히 강아지와 산책하는 그림 앞에서 반려견 치리오를 떠올린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다비드의 댄디들은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된 모습이다. 그들의 느낌은 왠지 19세기 댄디들을 닮아 있는 듯. 고립되어 홀로 책을 읽는 뒷모습이나 소파에서 쉬고 있는 모습은 멈추어서 오롯이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반려견과 산책하는 작품이 가장 좋았다.

세 번째 여정인 너와 나의 소우주


다비드가 창작해 낸 내면 자화상 코너다. 2000년 초 내면 성찰과 자화상을 합친 내면 자화상 공간에서 <밤에> <밤> <가을밤> <백열> 등의 제목을 통해 작품의 배경이 가을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가을 늦은 밤 더 깊은 사유에 빠져든 내면 자화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여정에서는  모네, 피카소, 툴루즈 로트렉, 고흐 등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바치는 공간이다.


반 고흐는 다비드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라고 한다. 고흐가 프로방스 풍경을 그린 것이 프로방스를 고향으로 둔 다비드에게도 큰 영감이 되었다. 고흐가 생 레미 병원에 입원했던 시기 그림들을 재해석,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연대적으로 전시하여 고흐가 겪었던 마음의 파동을 전달한 공간에서 가장 긴 시간을 머물렀다.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다비드 자맹이 재해석한 작품


다섯 번째 여정은 한국의 별이란 공간으로 김연아, 손흥민, 윤여정, 박찬욱, 김연경을 주제로 한 열여덟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스핀 동작을 하는 김연아, 그라운드의 손흥민 등 순간의 동작을 포착한 작품에서는 그때 가슴 졸이며 생중계를 봤던 순간을 회상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김연아! 손흥민! 이더라.

여섯 번째 여정은 가족과 그의 마음속 안식처를 담은 공간으로 최근 작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다비드 자맹,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 세 가지는 자유, 온정, 사랑이라고 했던가? 


옷장에 숨겨둔 다비드의 작품을 발굴해서 그가 국제적인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한 아내 세브린은 다비드가 지속해서 그려온 뮤즈이기도 하다. 두 아이 위고와 롤라 역시 그의 그림의 영감이 되어준다.

충직한 친구, 2022 & 풍선 다발, 2022


순간의 인상을 단숨에 그려놓은 것 같은 느낌의 그림들. 작업하는 영상을 보니까 드라이기를 들고 말려가면서 채색을 하는 게 특이했다. 그의 작품보다 낡은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했다던 그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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