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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Sep 21. 2024

어린 날의 석양

노긋한 꽃물에 열 손가락 담고...

주홍빛 홍시가 저럴까 달차근한 향기가 난다

마음은 약 삼키듯 찌푸리고 있는데

봉숭아물 든 손톱이 저토록 붉을까

시린 눈앞으로 산발한 빨강과 노랑이 하늘거린다


회색 바위에 둘러앉아 봉숭아를 빻는 아이들

손톱에 물들이며 깔깔대다 제각각 떠나고

바위에 번진 봉숭아물 가무스름 변하네 

침침하게 변한 바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이 습하다


노을이 뜨겁게 번진다 봉숭아꽃이 짙게 물든다

마음이 젖고 눈빛이 서늘해지고 코끝이 아려온다

채하(彩霞) 떨어지는데 찾는 목소리가 없다

공벌레처럼 웅크리고 서산을 바라본다 눈이 서늘해진다


회색 바위에 다가서서 봉숭아 자국에 손대본다

손가락에 거뭇한 그림자가 어린다 주홍빛이 아니라 쓸쓸하다

봉숭아꽃 봉숭아잎 따다 돌멩이로 짓이긴다 

노긋한 꽃물에 열 손가락 담자 손가락 가득 석양이 번진다 


                                                                             20240919 남산에서 바라본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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