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순간이야
지하철 출구에서 휘뚝대다 내동댕이쳐진 몸뚱이
괜찮아요 놀란 눈으로 염려하는 행인 1과 2
이 나이에 창피하진 않아
일어설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일 뿐
날아간 모바일 폰 깨지지 않았나
연락 두절되면 안 되는데
몸뚱이보다 모바일 폰 부상 걱정하는 현실이 갑갑하다
퇴원하는 아버지 뵈러 가는 날인데
이럴 때 아니지 정신 추스르고 일어나야지
아랑곳 않고 엉덩이 턴다 두발 까딱거려 본다
당장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
두 시간 오전 일과 끝내고 일어서는데
부은 왼쪽 발 통증 심해지고 오른쪽 무릎 시큰거려
방송국 건물 약국에서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스프레이파스 처방받고 오후 일정 취소
로비 카페에서 책 속에 빠진 채 아픈 발 잠시 잊는다
해 질 녘 만나는 아버지께
절뚝거리는 모습 안 보이고 싶은데 거짓말 못하는 몸의 언어 무심하고
정신머리만 잡는 게 아냐
몸의 언어도 온건하게 잡아야 해
사고는 순간이야
정신머리 놓는 것도 순간이야
몸의 언어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도 순간이지
순간을 놓치지 마
순간을 살아
그게 정신머리 잡는 거고
몸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태도야
사고는 순간이야
순간은 영겁이야
순간을 살아
사고는 순간이야
사진 출처: 롯데뮤지엄(직접 촬영) & 네이버 이미지(우측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