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흔들리고 나부끼는 감동의 너울
이미 고흐를 알고 있지만
진짜 고흐를 만난 해로 기억할 거야
2009년 여름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
고흐 자화상 앞에서의 기이한 체험
번개처럼 후려친 정신적 심리적 충격이 스탕달 신드롬이었을까
피렌체 성당 예술 작품 앞에서 심한 흥분 상태로 호흡 곤란 겪은 스탕달
한 달 동안 기이한 증상에 시달리다 불꽃같이 번쩍이던 기묘한 증험
아름다운 절정, 하늘에서의 희열, 예술이 영혼에 말을 걸어온다 했던가
스탕달 신드롬 겪은 잿빛 펠트모자 자화상
위험한 곡선과 나선 화풍은 중력장의 구멍으로 순식간 빨아들이고
슬픔의 절정과 외로움의 희열로 소리 없이 영혼을 두드린다
고흐의 서늘한 눈빛이 속삭인다 너의 슬픔을
유년기의 외로움을 알고 있노라 나지막이 전하는 순간
옴짝달싹 못한 채 고흐의 자화상 앞에 얼음처럼 굳어지고
강한 돌덩이로 세게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이럴까
거대한 충격에 휩싸인 채 긴 시간 푸른 자화상과 독대하다
스탕달 신드롬 비슷한 체험 뒤에
반 고흐 작품 앞에 빈번히 서고 싶더라
여행 목적이 고흐 작품과의 만남인 때가 잦았어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이 시작이었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빈 의자 마주한 채 눈시울 붉히고
눈물 훔치며 걷노라면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도 만날 수 있어
탕기 영감의 초상 만나고 싶다면 로댕 미술관으로 가지
고갱과 마주한 고흐의 작품들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이야
생전 400프랑에 팔린 유일한 작품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 러시아에 있더라고
오베르 쉬르아즈에서의 말년 작품 감상 원하면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로
아를의 우체부 조셉 룰랑의 초상화는 필라델피아 반스파운데이션에 있어
고흐의 귀 자른 자화상 오롯이 만나려면 런던 코톨드 갤러리로 가
아무 말 필요 없는 별이 빛나는 밤 만나려면 뉴욕 모마를 찾아
신기한 거는 밤이 아니어도 모마에 들어서면 별이 빛나는 밤 경험할 수 있어
찬 기운 색감 그리울 땐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푸른빛 자화상과 녹색 정물 마주하고
깊고 격렬한 해바라기 앞에서 꿈의 시간에 잠기려면 런던 내셔널갤러리
고흐의 노랑과 파랑 앞에 서면 귓가에 꽂히는 선율 그리움 가득한 돈 맥클린 음색
미술관 작품 여기저기에 흐르는 고흐와 테오의 필체는 어디에나 있어
그림과 글은 그리움으로 번지고 형제의 기운 옮아간 작품에 스며드는 두 손 마주 잡고
까마귀 나는 밀밭에서 양귀비꽃 꺾어 형제 묘비에 정연히 올려놓는다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 앞에서 스탕달 신드롬 체험한 고흐, 내 마음에 아프게 배어들고
비극적인 너무나 비극적인 삶의 대명사 빈센트 반 고흐 생애 되돌아보게 한다
삶의 어느 순간 체험할 수 있어 스탕달 신드롬, 진한 예술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야
예술과 소통의 순간을 맞는 거야, 작은 흔들림 미세한 건드림 어느 것도 놓치지 말아
거대한 것만이 예술이 아냐 초라함 속에 웅장한 게 담겨 있기도 해
그 순간 흔들리고 나부끼는 감동의 너울 스탕달 신드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