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말하더라 지금은 나갈 때라고
파란색 수채물감 모두 들이부은 날이야
지금 밖에 나가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무어냐고 하늘이 묻는다
답이 없자 하늘이 말한다 지금은 나갈 때라고
구름 한 조각 걸려있지 않은 푸른 날이야
손바닥 뻗으면 파란 물 들 거 같아 바람도 파란색이야
시월 둘째 날 바람과 하늘과 공기를 마다하면 죄가 될 거 같아
억새풀 흔들리는 해맑은 날 탱크 여섯 개 만나다니 웬 말이야
석유 비워내고 문화가 채워지고
경유 쏟아내고 춤으로 메워지고
등유 게워내고 오로라 넘실대고
기름 냄새 날아가고 문화의 날개 부드럽게 굽이치고
자유로운 기지개 켜며 우주 만나고
심호흡 크게 내쉬고 파란 너울 삼키고
숨 멎을 거 같아 예전 등유 탱크
가볍게 움직이다 떠오르는 녹빛 분홍빛 보랏빛
360도 오로라에 갇힌 채 호흡 멈추고
삽살개도 오로라에 휘감긴 채 짓기를 멈추고
아이슬란드도 노르웨이도 핀란드도 캐나다도 아니야
회전하는 오로라 만나러 등유 탱크로 와
경유 탱크에서 흑조가 날고
춤사위에 전율한 채 푸른 손바닥 흑조 가리킨 채
에코라운지 탱크에서 온통 파란 하늘을 봐
시월 둘째 날 바람과 하늘과 공기를 마다하면 죄가 될 거 같아
억새풀 흔들리는 해맑은 날 여섯 개의 탱크 만난 건 시월의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