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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Sep 17. 2024

詩時한 하루

매일매일 좋은 날, 일일시호일

시와 만나고 싶어 내 건너 숲으로 왔지

흐르는 내 건너 느릿느릿 날아 숲으로 왔지

써지지 못하고 채워지지 못하고 차오르지 못하고

시어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어 생텍쥐페리의 시간처럼


시어를 고르고 마음의 언어를 달래고

완고한 겨울 숲에 감추고 소나기눈에 묻혀서 은밀해지고

시 창밖에 있다는군 시 하늘빛으로 물들었나

노을에 스며들었나 도랑에 내려갔을까 공기에 묻힌 건가


무거운 마음의 숲 벗어나 봄이 숨 쉬는 내 숲으로 

날아간 시어 흘러간 시어 빠져간 시어 스며든 시어

솟구친 시어 잡을 수 있을까 등 돌린 시어 찾을 수 있을까

오후 세 시를 지나온 시, 시를 쓰기에는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


너무 늦은 오후 세 시, 차분히 연필 깎은 채

너무 이른 오후 세 시, 모니터 앞에 침묵한 채

시어 고르고 어르고 더하고 빼고 다시 긷고 쏟아내며

우물에서 길어낸 시어 고요히 건져내어 줄 세우고 다시 흩트리고


날아가는 시어 잡지 않고 일일시호일

백지에 써지는 시어에 감격하여 일일시호일

모니터 커서 대신 한 자 한 자 채워지는 일일시호일

시마음에게 손 내밀며 달갑게 악수 청하는 일일시호일

                                                         2023 여름, 책방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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