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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Mar 30. 2023

이중작가 초롱

초롱하지만 초롱하지 않은

이름은 초롱이지만 상당히 초롱 하지 않은... 용서까지 꿔달라고 하는... 비굴한 오만함을 가진 이중 작가 초롱, 이 책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단편 하나를 읽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인 몇몇에게 추천했는데 철회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책 제목에, 이미상이란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인다면 읽어봐도 무방하다.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에 분명하니까.

요즈음 한국 여성 작가들 대세인 모양이다. 너무 많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이...


내 마음에 오래 걸어두고 싶은 문장은...  "한 번만 용서를 꿔줬으면 했다."

누군가에게 가능한 한 거의 빌리지(책 대여 제외) 않고 지금껏 살아온 내게 다소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용서까지 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니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고,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계속 입안에 맴도는 오늘의 문장이 될듯싶다. 한 번만 용서를 꿔졌으면 했다... .

  아내는 조용한 ADHD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여자애들은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질 않아서 병인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대. 깜찍한 얼굴로 수업 시간에 딴생각만 하는 거지."   11쪽


  곁에 옅게, 있어주어 고맙습니다.

  젊은 시절, 아내의 묘한 습관 하나가 떠오른다. 아내는 말을 하다 말고 짧고 긴 숨을 쉬었다. 때론 쉼표, 때론 줄임표. 하긴, 하지. 하긴, 하는 남자지. 형은 적어도 남의 말을 듣다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하며 나갔다 올 줄은 알지. 천천히 홀로 걸으며 하긴…… 할 줄 아는 인간. 딱 그만큼 달라질 수 있는 거야. 하긴, 하는 만큼.   40~41쪽   


  「어제 네가 한 말이 날리는 뒤통수」는 이렇게 끝난다.

  오! 그대여, 말을 아낄지어다.

  말을 뱉는 순간, 일관성의 곧은 관성이 독이 되어 뒤통수를 칠 터이니.     82쪽


  …… 사과할 것이 넘치는데 사과할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초롱은 뻔뻔하게도 영군이 자신을 한번 봐줬으면 했다. 영군이 한 번만 용서를 꿔줬으면 했다. 그러면 언젠가 초롱도 푸지게 자서 피부가 맑고 마음이 순한 날, 자신에게 죄지은 사람을 마냥 용서하겠다고 다짐했다.    85쪽


  그러나 목경은 또한 알고 있었다. 어떤 기억은 통으로 온다. 가슴을 빠개며 기억의 방이 통째로 들어온다. 장의사가 고모의 발에 씌운, 삼베 버선 끝에 맺힌 기억도 그랬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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