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0원으로 사는 삶
쫓기듯 살지 않는 법
#0원으로사는삶 & #박정미작가 북토크 (2023.07.22)
꽤 오래전부터 생존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노동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기 전에 충분한 돈을 모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주변과 사회 모두에서 비참하게 늙어 죽지 않으려면 은퇴 전에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난 돈보다는 일의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다들 말하는 비참한 노년 생활을 하다 죽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어쨌든 열심히 돈을 벌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왔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살아 있을 뿐인데 숨을 쉬는 것조차 돈이 필요하다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내가 사는 곳의 집세, 식비, 냉난방비, 물, 전기, 쓰레기 버리는 비용, 주민세 등등 그냥 굶주리지 않고 위생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만으로도 필요한 비용은 꽤 많다.) 심지어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불운(질병 등)이 닥치면 안전하게 유지되는 생존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피로와 불안(내가 돈이 없게 되면 처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쌓여갔고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돌봄이 불운과 나이 듦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는지 탐색했고, 또한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불완전한 시스템 때문인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안전한 생존'에 대한 딱 맞는 답을 찾지 못했을 때, 갑자기 눈앞에 '한 푼의 돈도 사용하지 않고 살던 실험적인 삶의 기록'이란 부제를 단 북토크 소식이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내가 찾던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직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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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와 책 읽는 시간은 '생존=돈'이란 공식을 버릴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괴로웠던 건 자본주의가 가진 약점(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국가/글로벌 시스템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은 있어도, 자본주의는 정말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이어서 여기서 문제가 시작한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자본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는걸...
- '어떻게 먹고 살지'라는 질문이 '어떻게 돈을 벌지'라는 질문으로 치환되며,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할 수 없는 존재는 생존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극단적인 결론이 만들어졌다.
- 어떤 사람이 행복하다면 이 사람은 다른 존재에게 자신이 가진 먹을거리와 사랑을 나눈다. 행복한 타인이 많을수록 나에게 이 선의가 전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모두가 안전한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두는 이어진 하나의 존재.
- '어떻게 내가 먹고살지'라는 질문은 '어떻게 "우리"가 먹고살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 저자는 '거지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처음 만난 타인들에게 계속 선의(먹을거리, 잠자리, 이동)를 받았는데, 이건 같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던 것이었다. 외적인 부분 중 달랐던 것은 저자가 즐겁고 평온한 상태로 있었다는 것인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점.
- 스님이 수행 과정으로 걸식을 하는 이유: 걸식을 해 살아가느니 죽기를 택하는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드물지 않게 듣게 되는 것처럼, 걸식은 타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맡겨두고 의지하는, 내 자존심을 무너뜨려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수행인 것.
- 전통적인 집단에서는 젊은이들은 육체적 노동자로, 나이가 든 이들은 정신적 영역의 지도자(영적으로 깨어난 자, 지혜로운 자)로 살아갔다. 이걸 들으며 충격받았는데, 현재 나이 든 사람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이 빨리 바뀌며 이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혜와 지식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저 말이 틀리다는 걸 이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지식은 최신의 것이 중요하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 속한 공동체는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관통하는 지혜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가치 있다.
- 현재 시스템에서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지혜가 아닌 지식을 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식(최신이 아닌 지식)은 아집과 고집이 된다.
- 내게 떳떳하고 만족스러운 죽음이라도 시스템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죽음이라면 비참한 죽음이라고 불릴 것. 이 말을 듣고 놀랐는데, 죽음까지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야 하나라는 의문의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미련이 남지 않는 죽음이라면 충분하며, 나는 이미 매 순간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하며 사는 것이 미련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
- 병에 걸릴까 두려운 것은 비참하게 죽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병을 치료받는 것은 살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고. 살고 싶은 게 당연한 만큼, 병과 함께 죽어가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란 사실이 묘한 울림을 줬다.
- 책 속 '레인보우 개더링'은 정말로 아름다운 존재였다. 읽는 순간 내내 평온해지는, 아름다운 집단.
- 세상의 모든 일은 원래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니 힘들고 고통스러워지는 것.
- '나'와 '나의 행동'을 분리하기. '나'는 존재 자체로 괜찮다. '나'에게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듣고 '나'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아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집중하기. 이를 토대로 행동을 결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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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사랑을 믿게 만든 따뜻한 책이었다. 저자가 말한 '받은 만큼 업이 쌓이기 때문에 자신도 베풀어야 하며 받은 게 많고 자신이 가진 시간이 많지 않아 마음이 급하다' 말에 웃었는데, 책과 북토크로 내게 충분히 선의를 건네셨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지혜를 나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선의는 선의로 돌아올 테니.
<0원으로 사는 삶: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박정미 저, 도서출판 들녘 펴냄, 2022.10.28 출간.
+) 책 속 문장
p.36,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뭐라고 생각해요?" "사랑받는 것"
p.75,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 돈을 사용하는 것이 최우선은 아니다. 일단 뛰어들어 모험하다 보면 그제야 비로소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p.164,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길은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모든 도구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 도구를 집어 들고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는 것이다."
p.200, 한 가지 규칙, '성실하게 노동하고 부지런히 소비할 것'만 따른다면, 시스템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존과 사랑을 보장해줄 것이다. (...) 시스템은 쳇바퀴를 굴리지 않는 사람에겐 그 어떤 안전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생존의 위기를 태어나 처음으로 느꼈다. '쓸모가 없어 버림받았다'라는 사랑의 위기도 느꼈다. 어떻게든 '안전한' 시스템 안에 남아 있고자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다. 그것만이 생존과 사랑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p.247, "레인보우엔 당신의 불만을 해결할 별도의 책임자가 없어요. 우리는 모두 레인보우의 일꾼이자 리더예요. 진정한 레인보우는 불평하지 않아요. 행동을 취할 뿐이죠. 음식량이 부족하다 느끼면 '매직 햇'에 더 많이 기부하고, 식사 시간이 늦는 게 싫으면 주방으로 달려가 일을 돕고,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 있으면 직접 가져다 버리면 돼요."
p.251,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마음이 미래에 있다는 의미다.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현재에 평온할 수 없다. 버스가 일찍 도착하기를, 친구와 빨리 만나기를, 이 일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 우리의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해진다.
p.253, "성적 의도가 없는 나체 행위. 즉, 존중감 있는 나체 행위는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자연스러운 권리예요."
p.329, 대부분의 히피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이런 히피들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저항에서 생긴다는 것을.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순간의 흐름에 모든 것을 내맡길 때 평온이 찾아온다.
p.370, 무계획 여정에선 그 어떤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모든 생존 문제를 그저 하늘에 맡겨야 한다. (...) 사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무모한 여정을 감행하게 된 이유였다. 하늘에 대한,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의식의 가능성에 대한, 사랑의 힘에 대한 레인보우의 진리가 과연 맞는 것인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 '0원살이' 여정을 이끄는 핵심 질문이 바뀌었다. '어떻게 해야 먹고살 수 있지?'에서 '어떻게 해야 먹고사는 것마저 두렵지 않을 수 있지?'로.
p.402, 우리가 공동체의 일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모든 노동을 놀이로 만들어버렸을 뿐이다. 우리의 일터에는 까르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밥값을 했다.
p.406, 2015년 10월 31일. 0원살이 여정의 1주년을 맞이했다. (...) 그렇다. 이날은 나의 재탄생 기념일(Happy Rebirth day)이다. 여정의 끝도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도 아니다. 단지 모험을 시작한 날을 축하하는 날일 뿐이다. 내일이 된다고 해서 삶이 달라질 필요도, 여정을 끝낼 필요도, 굳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야 할 필요도 없다. 내일도 내가 옳다고 믿는 가슴의 가치관을 따르고, 내일도 이 사랑스러운 친구와 함께 즐거움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흐름이 찾아올 테고, 유유히 그 바람을 타고 삶의 여정을 이어가면 될 것이다.
p.419, '연결'의 진리는 무조건적 사랑뿐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이 '연결'의 비밀을 일종의 기도문으로 만들어 두려움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되뇌었다. '내 생각과 기분이 나의 현실을 창조합니다. 오늘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곳에서, 좋은 순간을 보낼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제게 천사들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제게 기적 같은 하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할 일
-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읽기
- 도교 공부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