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이 궁금했다. ‘온 마을이 학교다’라는 유행어처럼 전해오는 문장을 구현하는 마을이라고 들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더불어 사는 의미를 찾아가는 마을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 있다니. 어떤 곳일까? 어떤 사람들이 모여살까?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두 번의 도전 끝에 그 마을에 있는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마을에 있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마을을 하나 둘 탐험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광덕산과 설화산이 마을 뒤로 펼쳐지고 평화로운 들녘엔 온화한 삶이 펼쳐지는 곳, 그런 마을이었다. 골목골목 돌담길 따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새로운 희망을 담아 지은 집들은 평화롭게 잘 어울렸다. 그 중심에 마을소통공간이 자리 잡았다.
5월과 10월 마을축제가 있다. 조그만 마을에 이렇게 다채롭게 예술활동을 하는지 몰랐다. 오랜 경험과 내공을 가진 연극 동아리, 좋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합창 동아리, 지역의 무대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무대를 만들어내는 수준 높은 노래동아리, 가족 단위 공연, 어르신들의 색소폰 동우회, 부부의 성악 무대, 아빠 밴드, 초등학교 밴드, 중학교 밴드, 3개 학교의 댄스 동아리 등등 무대는 차고도 넘쳤고 고유의 개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10월 예술제는 더욱 풍성하다. 한 해의 결실을 거두는 시기이기에 외부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마을 공연에 이르기까지 지역 축제만큼 화려하면서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공연만이 아니다. 환경, 농부, 그림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아이들이 운영하는 체험부스까지 할 것도 많고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부침 전과 떡볶이, 치킨과 국수, 국밥, 어묵, 맥주와 막걸리, 카페 운영까지 마당에 빼곡하게 펼쳐져 공연 보고 먹고, 체험부스하고 아이스커피 마시고 모두들 흥겹게 잘 논다.
아이들은 그날 축제의 날이다. 장난감과 물건을 가져와 알뜰장터를 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친구들을 보는 것도 즐겁고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환경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하기도 한다. 너무 즐겁게 너무 열심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중학교 친구들도 가득하다. 공연이나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친구는 물론 응원하기 위해, 그냥 축제를 즐기기 위해 와서 하루를 잘 논다. 시골 마을에 이렇게 아이들이 왁자지껄 놀고 즐기는 모습은 쉽지 않은데 그것만으로도 희망이다.
마을사람들은 3월부터 축제를 준비한다. 아니 지난해 축제가 끝나면 피드백을 통해 다음 해 축제의 방향을 잡는다. 평가하고 다음 해 방향을 잡고 올 해의 축제를 준비하는 회의는 때론 치열하고 때론 묵직한 질문이 던져지지만 즐겁다. 마을 사람들 모두, 우연히 모인 사람들이 모두 흥겹게 즐기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과정을 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마을은 함께 살기 위한 고민을 한다. 치열한 경쟁과 상처 주는 사회에서 함께 마음을 나누고 보듬어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억하고 한 걸음 나아가려 한다. 4월 16일이면 학교와 마을이 만나 진심 담긴 기억문화제를 만든다. 3개 학교가 학교에서 한 활동을 마을에서 공유하고,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하여 응원의 마을 전한다. 작은 위로 공연과 낭독 등이 펼쳐지면서 잊지 말 것을 다짐한다. 5월 18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억문화제를 운영한다. 영상을 상영하고 중학교 친구들이 오월길 방문하며 담은 영상을 공유한다. 연극 동아리의 연극이 상영되면 깊은 침묵 속에 공연을 보며 그날을 되새긴다. 모두 오늘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하며 가는 소중한 걸음이다. 이 마을의 걸음 참 깊다.
아이들을 위한 마을교육도 다채롭다. 시골 마을엔 도서관이 없다. 하교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겐 동네 편의점이 아지트이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쉬고 머물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마을 소통 공간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에 아이들이 머물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끊임없는 제안을 한다. 보고서를 만들고 필요한 이유와 절실함을 담아낸다. 아이들이 성적과 입시에 매몰되어 강요된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진로 프로그램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다가도 입시 구조에 불안하고 고민스러운 친구들을 위해 마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 성공하는 직업이 아닌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선배들을 모아 진로에 대한 생각들을 나눌 자리를 마련한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인생의 선후배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참 아름답다.
이런 일이 지속가능하도록 마을은 한 달에 한번 마을교육네트워크를 연다. 마을활동가, 협동조합 대표, 학교 교장과 교감에 마을교육 담당교사, 학부모 대표, 아빠 대표, 주민자치회, 교육청 마을교육담당 장학사 등이 모인다. 마을의 중요한 사업과 추진 과정,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공유, 학교에서 마을에 제안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 등이 다 이 마을교육네트워크를 통해 논의되고 추진된다. 네트워크 협의회를 참석해 보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마을교육공동체에 진심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협동조합 일꾼을 제외하고는 생업도 있고 바쁘다. 그럼에도 마을 일에 모두들 시간을 내어 함께 하고 웃고 수다스레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재치 있게 입담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힘든 일을 훌훌 털어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들. 이렇게 좋은 어른들이 마을에 있고 그들의 활동이 있어 마을은 살아 숨 쉰다.
알콩달콩, 사뿐사뿐, 왁자지껄, 다정다감, 시끌벅적, 우당탕탕, 순식간에 그 많은 일들을 해내는 일꾼들이 모여 마을살이를 일구고 아이들은 그 힘으로 삶을 만들어간다.
아~ 이 사랑스러운 마을을 알게 되어 나도 행복했다.
퇴직을 하고도 마을에 살지 않고도 이 마을이 난 궁금하다.
그래서 마을을 기웃거린다.
이 마을을,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꿈꾸는 세상을,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이 어떨지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삶을,
마을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마을, 송악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