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by 볕뉘

2024년 1월 8일.

종업식, 졸업식이 있는 날.

아직 공문이 오진 않았지만 교사로서의 일정이 끝났다.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어둑한 시간에 다시 학교에 갔다.

반가운 분들이 웃으며 맞이해 주셨다. 학교를 부수고 다시 학교를 짓는 과정을 함께 한 분들.

우리가 이렇게 저녁 시간 만난 이유는 따뜻하고 넉넉한 마을 분의 저녁 초대가 있기 때문이다.

밥 먹자는 제안에 살짝 망설였다. 혹시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닐까? 퇴임의 자리라면 가지 않으려 했다.


한편으로 그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필요한 일을 지원하느라 정이 많이 들었다. 따뜻한 마을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붇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헌신적인 지원을 하는 분들이었다. 내가 이 마을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들 덕분이었기에 고마운 마음도 담고 싶었다.


사람 사이엔 만남도 소중하지만 어떻게 헤어지느냐도 매우 소중해서 밥한번 먹으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나누는 자리라면 그 또한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에 도착하니 깜깜했다.


어~~ 불이 커져있어요?

이 집 맞는데. 아닌가?


망설이던 사이 누군가 성큼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촛불이 커지고 보이는 친근한 얼굴들.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계셨다.


내 얼굴이 커다랗게 담겨진 입간판,

따뜻한 응원의 말이 쓰여 있는 현수막,

알록달록 어여쁘게 꾸며진 풍선들 사이 붉은 하트,

제2의 인생을 당당하게 걸어가라는 신발,

거실 한가운데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한창차림이 푸짐하게 놓여있었다.

직접 빚은 떡에 담금주, 내가 좋아하는 나물들과 구수한 된장찌게, 모둠전과 잡채까지 정성스레 차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들킬까 소근소근, 사부작 사부작 그렇게 챙기고 있었다.


그저 평범하게 퇴직하는 평교사를 위해 이 모든 정성이 모아지다니.


월요일, 가장 정신없고 피곤한 시간 날에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고 풍선을 불고 잔치처럼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내 마음도 떨렸다.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 가득하고 내 생애 이런 입간판을 받아볼 줄이야~

연예인이라도 된 양 중심에 내가 있었다.

이런 환대를 받는 자리를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그간의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소박하게 나누면 좋겠다는 희망이었는데 크나큰 환대에 어쩔줄 모르는 나.

직장에 가정에 마을 일에 누구보다 바쁜 분들인 것을 알기에 더 감동스러웠다.


따뜻한 울림을 담은 감사의 편지에도,

함께 했던 시간을 한 글자 한글자 새겨놓은 감사패에도,

나를 생각하며 그린 진달래 그림에도,

새로운 삶을 건강하게 달리라는 신발에도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실려 저절로 마음이 흔들렸다.

나 너무 사랑받으며 교사의 삶을 마무리하는구나,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미세한 입자들이 파르르 파르르 파동을 일으키며 울림을 주었다.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내가 한 일보다 나를 더 따뜻하게 품고 있었다.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건네며 자리가 따뜻하고 뜨거워졌다. 올해 대학을 가는 제자를 데리고 온 부모님도 있고 첫 해 담임을 한 아이의 부모님도 몇 분 오셨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응원

넘치도록 따뜻한 환대


이 사람들의 따뜻함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이토록 따뜻한 사람들을,

마을 속에서 자라는 다정한 아이들을 오래오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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