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내게 그랬다.
“까미는 좋겠다, 맨날 놀고 먹고 자고...”
그래, 나는 부정 안 해. 나 진짜 많이 자. 하루 16시간? 어떤 날은 20시간도 가능해. 사람 기준으로는 “게으르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이게 생존 방식이야. 고양이 조상들은 사냥꾼이었고, 사냥은 에너지 폭발이거든. 그러니까 그걸 충전하려면 잘 자야 해. 사냥 안 해도 본능은 남는 거야. 아직도 꿈속에서 쥐 잡는 훈련 하느라 바쁘다고.
근데, 오래 자고 일어나면 나도 부어. 눈두덩이 퉁퉁. 약간 시크한 얼굴 망가지는데, 뭐 어때. 나 야행성이잖아. 밤에 얼굴선도 더 살아 있고. 나 스스로 봐도, 조명 탓인가 몰라도 밤이 더 잘 어울려. 약간 묘령의 고양이 느낌이랄까?
며칠 전엔 언니 피아노 선생님이 수업하는 동안 내가 너무 얌전히 자고 있으니까, “고양이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하더라. 아픈 거 절대 아냐. 오히려 그 피아노 소리, 이젠 좀 익숙해져서 편안하기까지 해.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리는 여집사 목소리지만.
낮잠도 말이야. 내가 혼자 방 한가운데 늘어져 자는 거, 그거 아무 데서나 못 해. 안전하다고 느껴야 가능한 거야. 그래서 여집사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나도 슬쩍 옆에 가서 둥글게 말아 자. 근데 꼭 그럴 때 나를 만져. 배를 문질러, 등을 토닥여, 귀를 쓸어. 내 허락받고 만져야지.
싫으면 곁에 안 가면 되지 않냐고? 맞는 말인데... 사람 품이 그리운 날도 있어. 어릴 때 엄마 품에 파묻혀 있던 그 따뜻함, 그걸 어쩌면 여집사한테서도 느끼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먼저 다가간다고 해서, 막 함부로 만져도 된다는 건 아니야. 나한테 물리지 않으려면 명심해!
P.S.
고양이는 평균적으로 하루 12~16시간 잠을 자. 어린 고양이와 노묘는 그보다 더 잘 수도 있어. 깊은 수면은 적고 대부분 얕은 잠이야. 그래서 눈을 감고 있어도 귀가 움직이거나 꼬리가 살짝 흔들릴 때가 있지. 우리한텐 자는 게 일이야. 피곤해서 자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거거든. 그리고 잊지 마. 고양이는 원래 야행성이야. 밤에 더 반짝이는 이유, 과학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