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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 굽는 타자기 Dec 07. 2019

아이가 영어 공부를 그만하겠다는 이유

평소 편식이 심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딸에게 어김없이 내가 먹어라, 먹어라 잔소리를 늘어놓으니까 아이는 상황을 모면할 요량으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왜 맨날 영어 하라고 해?"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 아이가 엄마에 대한 반발을 이렇게 풀 줄이야. 평정심을 되찾고 내가 대답했다.


"네가 디자이너 되고 싶다고 했잖아. 영어를 잘해야 외국 나가서 디자이너 공부도 할 수 있고 디자이너 돼서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거야. 미리 준비하는 거야."


나름 설득력을 갖춘 답변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설득력이 떨어졌나 보다. 딸은 단호하게 내게 말했다.


"그럼 나, 디자이너 안 될래."


최근에 읽은 자기 계발서에서 나는 영어 공부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영어를 도구로 사용하라고 그랬다. 책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내 로망이 세계일주니까 그걸 위해서 도구로 영어를 사용하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실행에 옮기고자 세 달 전부터 매주 2번 캐나다 교민과 화상영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마흔이 다 돼야 겨우 깨달은 진리를 7살 아이에게 요구할 순 없겠다 싶었다. 여전히 내 안에도 영어만 잘하면 한국에선 먹고 산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내 안에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도태될 거란 불안이 아이에게 작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생각은 영어를 도구로 사용하자고 했으나 사실 행동은 영어가 목표로 주객전도 되어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 아이에게 억지로 영어 공부를 시키기 이전에 영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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