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이 계획을 세우는 이유
넌, 다 계획이 있구나
독감에 걸려서 3일째 칩거 중인 7살 따님이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여느 때처럼 조잘댄다. 점심 먹고, 정리하고, 미미 놀이를 할 거라길래 내가 말했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 송강호 버전으로 말하자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아이는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내가 사투리 섞인 말투로 허허허 거리니까 재미있나 보다. 웃는 아이에게 계획을 세우면 뭐가 좋냐고 물었다. 아이가 대답했다.
"계획을 세우면 재미있어."
나는 딸에게 되물었다.
"무슨 재미?"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그런데 계획 세우면 뭘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안 심심해."
딸아이는 무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내게 일격을 가했다. 곰곰이 곱씹어 보니 내가 계획 없이 살아서 삶이 무료했던가 싶었다. 아이 말대로 계획을 세우면 나도 그 '재미'라는 걸 느끼게 될까? 갑자기 오늘 계획이라도 세우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