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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 굽는 타자기 Dec 05. 2019

어른들이 산타에게 선물 받지 못하는 진짜 이유

성탄절을 20여 일 앞두고 7살 딸은 고민에 빠졌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달라고 할지, 과연 자신이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런 아이에게 내가 물었다.


"꾸마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시무룩해진 딸을 보니까 안쓰러워서 꾸마는 꼭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꼭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독려했다. 내 말에 금방 표정이 밝아지길래 이 때다 싶어 얼마 안 남은 동안이라도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어깃장도 놓았다. 이때가 아니면 산타 할아버지 찬스를 쓸 수 없기에.  


확실하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서 아이는 자신의 의지를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첫 번째로 몇 년째 재활용 중인 트리를 세팅한다. 두 번째로 그 트리에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 내용을 적은 편지를 걸어둔다.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 딸에게 내가 물었다.


"근데 왜 산타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주지 않을까?"


꾸마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엄마, 아빠는 화를 잘 내잖아."


딸의 말이 떨어지자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한테 그렇게 많이 화를 냈던가? 약간의 자기반성과 함께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 어른들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수억만 가지는 넘을 것 같다. 순수한 마음을 잃기 시작한 순간부터 적어도 산타 할아버지가 다 보고 있으니까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제성조차 없으니까. 딸아이 눈에도 화내는 엄마, 아빠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을 테니까.


언제까지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걸 믿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아이가 12월이 되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을 생각에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설령 화내는 엄마는 선물을 받지 못하더라도.


덧글)

다음날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내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어. 엄마, 아빠는 나처럼 선물 받고 싶다고 편지를 쓰지 않았잖아."


아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를 원해서 간절히 믿고 기도해본 적이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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