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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 굽는 타자기 Nov 21. 2019

꼰대 발언은 이제 그만해야 하는 이유

2주 전부터 7살 딸은 유치원 학예회 준비로 분주하다. 유치원에서도, 집에서도 유행가 "제리처럼"에 맞춰 온몸을 씰룩거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절도 있는 안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엊그제 딸이 다른 반 친구들 앞에서 리허설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뭔가 딸에게 조언을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한 마디 거들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는 거야."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아이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7살이 아직 이해하기 힘든 말일 거야. 나는 다시 풀어서 설명했다.


"연습할 때는 학예회 날 하는 것처럼 하고, 학예회 날 때는 연습할 때처럼 하는 거야."


사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말을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얘기를 이해했다는 대견함도 잠시,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마흔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딸에게 꼰대 발언을 하고 말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과연 내가 딸에게 한 말처럼 했던가, 자기반성까지 이어졌다.


아이는 다음 주에 있을 학예회 때 많이 떨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매일 연습으로 힘들지만 학예회 준비를 완전히 즐기고 있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조언을 했구나 싶었다. 아이는 학예회 하는 날,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지켜보며 응원할 모습을 기대한다. 그리고 작년처럼 사탕 꽃다발을 들고 올지, 이번엔 어떤 꽃다발일지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아이에게 굳이 꼰대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 조언보다 내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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