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대신 두 번 눈물을 훔친 이유

by 방송과 글 사이

오늘 남편 모르게 두 번 눈물을 훔쳤다.


첫 번째 상황은 이랬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노래했던 영상 못 찾았는데 오늘 형이 보내줬어."


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버지 생각나서 슬펐겠네."


"어..."


아무런 감정 없이 남편이 대답하니 그게 더 슬펐다. 난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내가 울면 남편 맘이 더 아플까 봐. 10년 투병 끝에 올초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오죽할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잘 울지 못하는 남편 대신 내가 울어줄 것 그랬단 생각도 드네.


두 번째 상황은 이랬다.


"내가 어제 꾸마 목욕을 시켰던가?"


남편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길래 덜컹 겁이 났다.


"어제 자기가 시켰잖아. 기억 안 나? 기억나지?"


내가 이렇게 말해도 남편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거리길래 나는 더 불안했다. 그래서 볼멘소리로 내가 말했다.


"나랑 꾸마 얼굴 까먹으면 절대 안 돼."


아주 잠시 남편이 이러다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싶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했다. 사실 별 일도 아니었는데 며칠 전부터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먹어서 예민해진 탓인지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남편이 왜 이리 오버를 떠냐고 그럴까 봐 뒤돌아서 눈물을 닦았다.


걱정한다고, 불안해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난 요즘 때때로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낸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약한 모습이지만 한참 지나고 보니 남편에게 이런 모습 보여준다고 나쁠 게 있나 싶네.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편의 대답이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