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방학이 8일밖에 안 남았어.”
“꾸마야, ‘8일밖에’ 안 남은 게 아니라, ‘8일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겨울방학 내내 뒹굴뒹굴하던 아이는 개학날이 다가온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여름방학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예똥, 개똥, 지똥 등 10명의 십똥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빨리 개학하고 싶어 했다. 당시 꾸마는 지금과 다르게 시간이 안 간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100일 글쓰기를 돌입한 이후부터는 시간이 이상하게도 더디게 흘러간다. 벌써 50일이 지났다고 뿌듯한 것도 잠시뿐, 아직 50일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까지 달려온 것만큼 똑같이 가면 된다고 가볍게 여기고 싶다. 하지만 무거운 돌덩이를 이고 지고 힘겹게 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시간은 가지 않고, 짐은 버겁기만 하니 정말 큰일이다.
아이도, 나도 어떨 땐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르고, 또 어떨 땐 시간이 점점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낀다. 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니, 계획과 목표가 있을 때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도 10일째, 30일째, 50일째... 이렇게 하루하루를 의식하며 매일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오늘의 소재가 어제의 소재와 달랐던 것처럼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날이 아니었다. 물론 ‘내일 뭘 쓸까?’ 부담감은 내내 따라다녔지만,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는 희망까지 품을 수 있었다.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에는 어제, 오늘, 내일의 경계가 없었다. 그런데 100일 동안 글쓰기를 하는 지금은 어제, 오늘이 서로 같지 않다. 내 이야기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단 걸 내 두 손으로 쓰고 내 두 눈으로 매일같이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겨울방학 동안 무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로서는 방학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것처럼 인식한다. 반대로 지난 여름방학 때처럼 친구들을 만날 계획과 목표가 생긴다면 달라질 것이다. 기다림은 1분, 1초가 아주 천천히 가는 법이니까.
새해를 맞이하고 시작했던 일들이 있다. 100일 글쓰기는 50일이 남았고, 교회에서 주일마다 참여하는 일대일 양육자반 과정은 100일 넘게 남았다. 꾸마에게 “결국 해냈어!”라고 외칠 내 모습을 그려본다. 온갖 시련을 이겨낼 나를 믿고 기다린다. 이 시간이 내게 그 어느 때보다 더디게 흐르고 있다는 건 기필코 해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