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만 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요

by 방송과 글 사이

오늘 우리집 냥이가 갑자기 달려들며 나도, 아이도 물었다. 같이 놀자고 달려드는 것 같긴 해도, 처절하게 배신감을 느꼈다. 까미한테 물리면 물로 씻고 소독하고 연고 바르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아이는 잠잘 때면 애원하듯이 까미를 부른다. 제발 같이 자자는 얘기다. 보드라운 털을 부비부비하며 자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불과 1시간 전에 우릴 덮쳤던 배은망덕한 냥이한테 본때를 보여주지 못할망정 애걸복걸까지 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줘도 까미가 물잖아. 근데 너는 또 뭐가 좋다고 까미랑 같이 자겠다고 난리야?”


사실 내가 일장 연설해도 소용없다. 엄마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가 꾸마, 오라고 하면 더 오지 않는 밀당의 귀재가 바로 까미 아니었던가. 아니, 그런데 내 말에 아이는 풀이 죽었다.


“맞아. 내가 매일 잘 놀아주고 추르탕(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에 물을 섞은 국)도 만들어 주는데, 까미는 진짜 너무해.”


보통 내 잔소리에 꿈쩍도 안 하던 애가 갑자기 수긍하니까 이상했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받을 거 생각하지 말고 줘야지, 서운하지 않은 거야.”

“엄마는 명언을 잘 만들어내는 것 같아.”


아이의 말에 조금 우쭐해진 나. 좀 더 살을 보탰다.


“엄마도 어디서 들었는데 내가 준 건 잊어버리고, 내가 받은 건 기억하라잖아. 진짜 주고 싶을 때, 줄 수 있는 만큼만 줘.”


내 말을 잠자코 듣더니 옆방에 있는 아빠가 듣기라도 할까 봐 조심조심 내게 속삭였다.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아빠한테 통 크게 2만 5천 원짜리 과자 세트를 사줬는데, 이번 화이트데이 전에 당겨서 받은 선물이 만 오천 원밖에 되지 않아 속상했단 이야기를 털어놨다.


“엄마 말대로 받을 거 생각하고 주면 안 되는 건가 봐.”


씁쓸해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괜스레 찔렸다. 나 역시도 주고 나서 받지 못한 걸 곱씹으며 내내 서운했던 때가 많았다. 줄 수 있을 때 줘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다 퍼 주면 내가 사랑받을 줄 알았다. 내가 착한 아이로 보일 거라 착각했다.


나도 어려운 일을 아이에게 해보라고 한 건가. 괜히 머쓱해졌다. 아이에게 옳은 말을 하고, 세상 이치를 알려준 이상 엄마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제부터는 기브 앤 테이크는 노노노! 하나를 주더라도 받을 걸 기대하지 않고,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줘야지. 누군가에게 받을 땐 항상 감사함으로 답례해야지. 나는 오늘도 아이를 가르치려 했으나 개뿔이다. 내가 오히려 아이를 통해 한 수 배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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