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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Mar 05. 2021

지도자가 되기 위해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리뷰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의 슬픔이 그치지 않았던 2014년. 그해 8월. 가톨릭 전체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 시국의 국가 원수인 교황이 방문했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인 교황의 방문 가운데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매스컴과 미디어는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의 카퍼레이드 가운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만나 편지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교황은 유족에게서 노란 리본을 받아 달았다. 한국 방문을 마친 교황이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그것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리고 귀국 길 기자회견의 자리에도 노란 리본은 그와 함께 했다.      

교황은 대답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2014.08.19.  



그 일은 내게 있어서 남쪽의 바다만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속상함과 슬픔이 가득했던 그때. 지도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 교황이라는 단어는 내 삶과 생각 속에 잊혀가는 존재였다. 그런 가운데 넷플릭스에서 만난 두 교황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과 여운을 갖게 만들었다.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세계. 교황의 선출 장면의 웅장한 영상미와 더불어 함께 어우러지는 OST는 집중을 더하게 만든다. 특히 두 인물의 너무나도 다른 모습. 종교관, 국적, 자라온 배경, 성격, 성경을 바라보며 이해해 나가는 해석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인물을 끝까지 지도자의 덕목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피아노 연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인정받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앤서니 홉킨스)은 요한 바오르 2세를 이어 보수파를 이끌며 교황이 된다. 반면에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은 빈민들과 함께 하고, 개혁을 주창하며 은퇴를 앞둔 시점에 다다른다. 그런 상황 속에 둘의 만남 가운데 평행선을 긋는듯한 대화, 그리고 그 속에 느껴지는 긴장과 가치의 어긋남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긴장하게 만들고 또 둘 중 누군가를 향해 지지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며 지도자가 되기 위한 모습들을 두 교황을 통해 발견했다. 먼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지도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 초기에 교황을 선발하는 콘클라베 가운데 교황이 되고자 하려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모습을 보보 한 추기경이 이렇게 말한다.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도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 것이다. ” 
-플라톤-


여기서 말하는 지도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사람들을 이끌고, 리드하려는 태도, 지도자의 권한이나 특권을 포기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처음의 모습과 시간이 지나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봤다. 종신제인 교황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한 모습을 보면서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가톨릭의 영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지도자의 또 다른 덕목은 대화다. 여기서 대화라는 것은 일방적인 한 사람의 소리가 아니다. 서로의 생각을 열어 상대의 가치와 사고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백을 가진 대화. 그것이 바로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자신과의 정 반대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교황에게 찾아가서, 이 시대의 변화와 그들이 속한 가톨릭의 상황을 직면하게 해 주고, 또한 교황의 소리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모습은 지도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는 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연설 중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2014년 8월 17일 해미 순교 성지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연설 중 "프란치스코 교황"


이것은 그의 리더십과 지도자의 면모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이 아니었을까? 두 교황을 보면서 지도자라는 것은 내가 되려고 하는 것을 포기하면서부터, 존중과 존경으로 나타나는 참된지도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지도자의 길은 내게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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