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미스 백> 리뷰
기억해야 한다
2019년 6월 10일. 3.6kg.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 아이. 그러나 사정이 있어 생후 팔 일째부터 입양기관이 지정한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던 아이. 그리고 두 달 뒤. 기다리던 아이의 양부모가 정해졌다. 그러나 입양된 지 271일째. 생후 16개월. 응급실에 실려간 그 아이는 숨졌다. 사인은 복부 손상으로 인한 죽음. 뱃속에는 장기가 터져 피가 가득 차 썩어갔고, 쇄골·뒷머리·갈비뼈·허벅지 골절. 성인도 참기 힘든 고통에도 아이는 무덤덤했다. 그 이유는 정서 박탈에 의해 무감정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 아이를 이토록 만든 것은 바로 양부모들이었다. 정인이는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21년 새해 두 번째날 “정인이는 왜 죽었나?”에서 방영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도대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사실 나는 이 사건을 인터넷 기사를 처음 읽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이고,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어려웠던 사건이었다. 당시 내게 이토록 충격적인 사건을 생각하기엔 여러 어려운 일들이 겹겹이 쌓여있기에 관련된 영상이나 보도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정인이 사건은 내게 안타까운 아동학대 정도의 일로 지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넷플릭스에서 최신 등록 콘텐츠에서 흥미로운 내용의 정보를 보게 되었다.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한지민은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 ’ 여우주연상‘ 및 ’ 백상 예술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의 쾌거를 이뤘다.’ - 미쓰백. 평소 배우 한지민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지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가 더욱 끌렸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는 내용 없이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의 이야기 진행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아동을 향한 학대의 장면에서 나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참혹하고, 리얼한 영상은 눈과 귀를 닫게 만들었다.
영화의 시작은 “미쓰백”이라고 불리는 백상아의 절박한 모습으로 겨우 삶을 영위해가는 장면부터 나온다. 세차장, 마사지샵, 닥치는 대로 일하는 주인공 백상아. 하루하루를 처절한 삶으로 이어가던 그때 지은이를 만난다. 한 겨울에 맨발, 초점을 잃은 눈동자, 감정이 없어 보이는 아이는 온몸에 멍과 상처로 가득해 있었다. 그녀는 단번에 누군가로부터 학대받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것은 아마도 보인이 어릴 적 경험한 그 참혹한 학대 때문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지은이를 향한 백상아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뛰어난 연기력과 서시는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이 전이 되게 만든다. 동정, 분노, 외면, 아픔, 사랑까지 이어지는 감정선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 가운데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장면이 있다. 학대하는 부모로부터 가출한 지은이에게 백상아가 말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너한테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어 대신 네 옆에 있을게”
그러자 지은이는 천천히 자그마한 두 팔로 그녀를 껴안으며 말한다.
“저도 미스백 지켜줄게요.”
결국 이 영화는 그 말이 실현되는 장면까지 그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가 “인천 11세 아동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거대한 미안함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히 이 같은 감정만으로 끝나선 안되고,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5년 뒤 포항에서 일어난 정인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아동 학대에 대해 미안함으로 끝나고,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증거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16개월 된 아이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정신적, 신체적 폭력 속에서 이 사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미안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이 같은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그리고 정인이 사건에 대해 직면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단순한 속상함과 미안함으로 끝나선 안된다. 이웃 향한 시선과 마음을 좀 더 열자.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가는 사회에 공공의 책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