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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Apr 22. 2021

노는 얼굴이 그립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고 하우스> 리뷰


 소꿉놀이, 공놀이, 곰인형놀이, 아이스크림 가게놀이, 공주놀이, 잡기 놀이... 끊이지 않는 놀이는 결국 2시간을 채웠다. 허리가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가 놀아주는 건지, 하늘이가 날 놀아주는 건지, 곰인형이 우리를 놀아주는지 분간이 안 되는 그때 자리에 슬그머니 눕기 시작했다. 눈치 빠르고 예리한 딸아이가 말한다.


 “아빠 또 놀자.” 


정말 신기하고 신비할 정도로 놀이에 몰입한다. 노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호모 루덴스”.
바로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 유희적 존재라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인간의 다양한 정의 중에 정말 마음에 들고, 인간의 본질을 너무 잘 파악하는 말이다. 슬프게도 내 인생의 30대는 놀이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10대, 20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놀았던 나. 삶에 점점 치여,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놀이라는 단어가 어색해졌다. 과거 친구들과 놀다가 찍혔던 사진 속의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봤다. 살아있음. 생기. 활력. 그것들이 느껴졌다. 부러웠다. 사진 속에 놀고 있는 내가 부러웠다.


 그 얼굴을 덴마크 할아버지 얼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그득하고 흰머리 가득한 그는 재밌게 놀면서 집을 짓고 있었다. 그는 그것도 레고(Lego)를 가지고 12000 제곱미터 면적에 외관과 내부를 레고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생기와 활력이 가득했고, 무엇보다 꿈을 이루어가는 표정이었다. 그가 바로 레고 창업자의 손자이자 경영자인  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다. *(현재 CEO는 닐스 B. 크리스티안센이다.) 


사실 레고의 시작은 1932년 그의 할아버지가 나무 장난감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업의 이름을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의 'leg godt'를 착안하여 “레고”로 만든 것이다.      


 다큐멘터리 <레고 하우스>는 이런 전 세계 ‘레고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레고로 만든 집을 꿈꿀 텐데 그것을 실현해 가는 모습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레고 놀이 중에 최고가, 이번 레고 하우스 설계였다.”

 레고 하우스의 설계자 비아케 잉겔스라는 레고하우스 설계소감을 이처럼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레고하우스를 만들어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과정을 꿈의 실현이자, 놀이의 모습처럼 나타내고 있다.  쉽지 않은 건축 과정과 내부의 아이디어들 하나하나를 놀이로 여기고 그것 이루어가는 과정이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느껴지도록, 보는 내내 함께 흥분하게 되고, 함께 놀게 된다.     

<레고하우스> 초기 설계도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한참뒤에 또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그리고 최근에 한번더 봤다.

나는 스스로 물었다. '나는 왜 이 다큐멘터리를 세번이나 보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그 아저씨들과 할아버지의 노는 모습, 노는 얼굴이 부러워서 일찌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즐겁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는 얼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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