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중에 기억

에베소서 천천히 읽기 (엡 1:16)

by 박상민


감옥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교도관들, 그리고 그곳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들. 내가 갔던 감옥은 우리나라에서 흉악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내 옆에는 교도관이 붙어있었다. 나는 경계하고, 긴장했다. 그런데 그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 여겼다.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하면서 그곳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가 없는 감옥이었다. 감옥에 갇힌다는 것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것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난다는 것. 하고 싶고 먹고 싶고, 쉬고 싶을 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감옥의 시간은 길고도 빠르게 흘렀다.


감옥에 갇힌 바울. 그는 지금 자유가 없는 삶을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는 그가 생각하는 가장 옳은 일, 예수의 일을 했지만 그 결과는 감옥 살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에 한탄하거나, 자신을 감옥에 가 둔 이에게 분노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하나님께 하소연조차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것은 그저 기도이다. 기도. 감옥의 창살 속에서도 자유로이 살게 하는 기도. 그 기도를 하고 있다.


어느 종교든 기도에 대한 중요함과 간절함은 차이만 다를 뿐 기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의 기도는 대부분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의 가족 정도의 안녕이나 행복을 신에게 비는 정도의 기도이다.


여기서 기독교가 타종교와의 차이가 있다. 이것은 종교적 우월성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기독교의 기도는 인격과 인격이 나누는 대화, 만남의 주안점을 둔다.


그 대화의 주제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으며,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의 가치를 나누며 기도하게 된다.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과의 대화, 만남, 그 안에서 깊어지는 관계가 기도다.


성경 에베소서에서 글쓴이 바울은 자신이 개척하여 3년간 혼신을 다해 마음을 쏟았던 공동체 에베소 교회를 향한 편지를 쓴다.


그런데 지금 바울의 상황은 타자나 내가 속하지 않은 공동체를 염두할 상황이 아니다. 깊은 침묵과 고요로 이루어진 곳, 더불어 거친 창살로 속박의 세계로 이루어진 감옥에 놓여 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바울에게 그런 것들을 뛰어 넘는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도 속에서 바울과 하나님과의 대화 속에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주위의 상황과 환경을 뛰어넘어 그분과의 깊은 사랑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마음에 쓰이는 에베소 교인들을 위해 그는 기도한다. 그것은 바울의 바람이기도 했고, 하나님의 바람이기도 했고, 에베소 교인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기도 중에 여러분을 기억합니다. (엡 1:16)" (새번역)



그는 모든것이 결박된 감옥에서도 세상을 이루어가는 분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는 비천한 식단과 남루한 처지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깨어진 세상을 하나님과 함께 회복해 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깊이 있게 그분의 원하심에 주목한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기도가 아닐까.



나의 처지와 나의 상황, 내가 겪는 현실에 휩쓸리어 그 처지가 내 존재가 되고, 그러한 벌어진 일 자체가 내 존재가 되고, 그러한 현실 자체가 내가 되는 일이 된다면 사람은 사람으로서 존중과 인격을 잃고, 잊게 된다.


물론 눈앞에 당면한 처지와 상황, 녹록지 않은 현실.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삶은 영적 이원론자로 종교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어 이 세상을 회복해 가는 이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그분이 일하는 상황에 내가 참여하는 것, 그분이 시작한 다스림을 통해 현실에 살아가는 것,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과의 나눔에서 비롯할 수 있다. 그것이 기도다. 그리고 그 기도는 나의 문제와 상황을 넘어 나와 하나님이 동시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을 보게 만든다.


바울에게 그것이 에베소교회였고, 하나님에게 그것이 에베소 교회였다. 이제 그 기도를 하게 된다면 나의 상황과 문제에 갇힌 나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향해 마음을 쓸 때 마음이 느껴질 것이며, 그때부터 기도는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은 고백할 수 있다.


"내 기도 중에 여러분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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