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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Dec 14. 2021

두번째 예배

늘벗이야기

늘벗교회 개척 이야기

<  번째 주일 >


우리가 교회다. 그 생각으로 역세권도 신도시도 아닌, 그럴싸한 인테리어에, 마이크나 영상장비, 강대상 하나 없이 시작했다. 그저 우리가 교회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렸다. 이 시대에 개척을 한다고 하는 내게 무모하다, 여럽다, 다시 생각해봐라... 그렇게 쏟아지는 말에 진심으로 말하는 분들도 계셨기에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미 1년전에 아니 이미 10년 전에 하셨던 말씀이 더욱 선명해 졌다.


올해초 아무것도 없고, 아무 능력도 없고, 심지어 성품이나 인격적으로도 본받을 만한게 하나도 없는 나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분 앞에 할수 있는 것은 오직 손을 모으고, 엎드리고, 우는 것 밖에 없었다.


태어난지 100일 안된 아이가 배고파서 숨이 넘어가듯 죽기 살기로 우는 모습이 내게 나오고 있었다. 그저 내가 할수 있는 기도는 “아빠 ~ 아빠~ 아버지~ 아버지~” 그렇게 쉼없이 기도하던 어느날. 터져나오는 울음과 져미는 간절함에 가심에 실제 통증이 느껴지도록 기도하던 그때. 더 이상 기도도 할수 없을 정도로 나는 탈진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두들겨 맞은듯한 가슴의 통증이 이상하리 만큼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에 따스하게 무엇인가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 경험. 말로 형언할수 없는 마음속에 평안이 멍멍하던 머릿속까지 퍼져 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깊은 숨을 몇 번 내쉬고 있는 내게 마음의 깊은 소리가 들렸다.


 “내가 다 준비했다.”


분명했다. 아주 분명했다. 여호와 이레. 준비하시는 하나님께서 준비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누군가를 이끌만한 학력이나 지식, 혹은 매력이나 지혜도 없다. 성품은 모가났고, 지금 사는 곳은 내가 태어난 곳도 아니며, 심지어 알바나 직업을 도전해볼만한 전공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준비했다.”


그리고 주님은 계속해서 말씀을 통해, 상황과 현상을 통해 사람을 통해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개척했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나는 늘 그렇게 주님이 준비하시고 나는 그것을 누리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청년들과 놀았고, 청소년들과 웃고 울었으며, 장년들과도 편한 친구로 사귀는 일만 했다. 그게 나에겐 사역이었고, 목회였다. 왜냐면 주님이 다 준비하셨으니까.


지난주일.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


가슴 벅찬 울림과 감격이 가득했다. 은혜가 넘쳤다. 아내와 둘이 드릴지도 모른다고 말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울리는 핸드폰에 처음 듣는 목소리의 한 영혼이 오늘 예배를 드리러 가도 되냐 여쭤 보셨고, 그 뒤 하나 둘씩 귀한 동역자들이 모였다. 온라인에서도 함께 했다.


정장과 한복을 입고 앞에 나와 인사하는 과정은 없었다. 나이가 지긋한 주변의 목사님들이 강대상에 올라가 하는 권면의 말씀도 없었다. 헌당예배, 입당예배, 창립예배, 개척예배 이런 단어도 쓰지 않았다.


그저 늘벗교회 첫 번째 예배. 은혜롭게 드렸지만 찬양할 때 마다 숨죽이고 조용히 했고, 성도님들은 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걸어다니셨다. 그렇게 은혜로이 예배를 마쳤지만 예배당을 옮겨야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임대 약 10평 보증금 2000만원, 월세 80. 이게 우리 동네의 시세였다.



그래서 난 그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가 예배를 드릴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셨다. 때에 맞게 예상치 못한 믿음의 동역자분께서 이번달 예배당 임대료로 사용하라며 마음을 나눠 주셨고, 얼마 뒤 마음을 받아주시는 분의 연락을 받았다. 주일만 빌릴수 있는 공간. 소수의 지체들에게 소식을 나눴고, 새로운 공간에서 만난 지체들은 하나같이 기뻐했고 감사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드린 예배. 기타도 마음껏 칠수 있고, 찬양도 풍성하게 나눴다. 피아노도, 드럼도, 파워포인트도, 영상도, 주보도 다 만들 수 있고, 설치할수 있으며, 섬길수 있는 지체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잠시 그것들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자고 부탁드렸다. 전도사님의 기타 반주 하나. 나머지는 없다. 그 외에 우리의 목소리와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님의 목소리와 하나님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에베소서 1장 후반부를 나누며, 우리 공동체가 세워지기 위해서 감사의 기도, 사귐의 기도, 중보 기도가 필요함을 나누고, 교회는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나눈뒤 우리는 짝을 지어 우리 공동체가 어떤 몸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림은 다양했다. 소화기관을 그렸고, 커다란 어깨를 그렸고, 두손으로 안아주는 품을 그렸고, 섬김의 손을 그렸으며, 어디서든 기도할수 있는 무릎을 그렸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 그림을 토대로 기도했다. 그 기도야 말로 살아있는 기도요, 감사의 기도요, 사귐의 기도이자, 중보기도 였다.


이번주 우리 공동체는 함께 교회의 몸을 그렸던 지체와 함께 감사의 제목을 하루 하나씩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우리끼리 선물나눔 행사를 하려다 부산역 노숙인들을 방문해 그들에게 핫팻과 함께 사랑을 나누기로 결의 했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날 우리는 부산역을 정탐하고, 준비물들을 구비하려고 한다. 우리 자체의 예산도 거의 없지만 뭐 어떤가? 나누면 하나님이 채우시는 법을 나는 살아오며 배웠고, 우리 공동체도 그것을 배우며 누리는 경험을 할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부족하고, 연약하다. 우리는 가진게 없고, 내세울게 없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으로 넉넉하다. 주님으로 강하다. 주님을 통해 모든 것을 갖고 있고, 우리의 머리되신 주님을 내세우며 함께 지어져 가고 있다. 그렇게 늘벗교회 두 번째 예배를 하나님께 드렸다.


나는 첫째주에도, 또 둘째주에도 경험한다. “내가 다 준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경험하게 될것이 기대되고 설렌다.


 “내가 다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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