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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Dec 24. 2021

작은 빛

늘벗 이야기

늘벗 이야기


<작은 빛>



늘벗 교회가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어떻게 공동체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기분도 좋고 기대되며 즐거움이 가득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소중한 능력이 상상 아니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파티?  서로 성탄 찬양을 나누는 예배? 서로를 위한 선물과 카드를 나누는 시간? 무엇이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 속에 우리 공동체, 우리 교회의 본질적인 질문이 되어갔다. 늘 벗. 늘 - 항상, 언제나, 언제나 하나님 나라, 넉넉한, 벗 – 친구, 소금을 굽는 가마처럼 사랑의 열기로 서로 구워지고, 세상에 소금의 맛을 내는 존재들, 그리고 언제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BUT(그러나)



감사하게도 이런 고민들이 안개처럼 나를 가릴 때, 작지만 분명한 빛을 발견하는 대화를 하게 되었다. 우리 늘벗 지체 중 한 청년과의 대화 속에서 성령님은 그렇게 조명하셨다. 부산역을 종종 지나쳤던 그 청년에게 언제나 무심코 지나가게 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노숙인이었다. 그러나 하루는 늘 지나쳤던 노숙인이 너무 분명하고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지갑에 있던 돈을 꺼내어 모두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집에 오는데 그분들이 예수님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 그 생각이 가득했고, 언젠가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부산의 노숙인들에게 마음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마치 그 청년에게 노숙인을 보여주며, 공동체와 함께 섬기는 마음을 조명하신 것처럼, 늘벗 공동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점점 커져갔다. 청년 한 명의 겨자씨 같은 이야기 하나가, 우리 공동체에 전해졌고, 늘벗 가족은 동일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시간을 노숙인을 섬기기로 결심했다.


사실 우리 공동체는 노숙인들과 관계가 깊다. 우리 공동체가 생기기도 전에, 우리 교회를 최초로 후원한 교회는 대형교회도 아니요, 한국의 교회도 아니요. 중국의 노숙인들로 구성된 오도구 교회였다. 우리는 그와 같이 거저 받은 사랑을 거저 나눠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결국 지난 토요일 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처음으로 마음을 갖게 된 청년이 우리의 대장으로 임명하고, 이 시간만큼은 나도 전도사님도 아닌 그 청년이 대장이 되어 우리의 대표 리더십이 되었다. 우리는 청년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물품목록을 정하고 부산역 일대와 남포동을 돌았다. 그리고 부산역 지하상가에 모여 우리는 돌아가며 기도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기이하게 바라보며, 그 시선들이 뒤통수에 계속 걸리긴 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부끄러움 없이 차분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이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의 이름까지 그 대장님(?)이 지어주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이름!!



“작은 빛” 개척한 지 3주. 정말 작고 연약한 우리들이지만 “빛 되신 주님”을 의지하며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지었다고 한다. “작은 빛” 정말 착! 달라붙는 소중한 이름! 그래서 세 번째 주일을 맞이하는 늘벗 교회 온 식구는 “작은 빛”을 위해 미리 구매한 넥워머, 장갑, 핫팩과 마스크를 포장했다.


포장하는 내내 표정은 밝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손수 엽서를 한 장 한 장 그리고 그 안에 내용을 채웠다. 에베소서 2장 1절부터 10절을 통해 우리가 이토록 예수님의 나심을 기뻐해야 하는 이유를 나눴는데, 그 기쁨의 온기가 선물을 포장하는 내내 가득했다.



우리는 24일. 드디어 작은 빛 행사를 진행하러 간다. 아주 작은 도움의 손길들.(어느 고등학생과 어느 초보 엄마, 그리고 대장님)의 마음의 헌신과 늘벗 교회의 마음을 통해 만들어진 이 작은 빛, 여리고 작은 손들이 모아 밝히는 빛이지만 분명하고 따스하며, 무엇보다 부드럽고 착하다. 이 빛이 전해질 크리스마스이브가 참으로 기대된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마태복음 10장 8절)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에베소서 5장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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