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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Dec 30. 2021

허들링

늘벗이야기

부산에서 가장 기억남는 겨울이 세 번 있다.



첫째. 2014년 겨울.


날은 매우 추웠고, 부산의 습기 가득한 추위와 바람은 오히려 윗동네 보다 거칠었다. 그렇게 맞이한 부산. 내려오는 이사 과정에서 여러 상황으로 인해 우리 가정의 모든 짐들은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두달 가까이 이곳, 저곳을 다니며 겨울을 보내야 했다. 그시절 참 추웠고, 외로웠고, 또 미안했다. 아내에게도 또 나에게도. 그래도 이곳에 그분의 뜻과 이루심이 있기를 바라며 설렘도 있었다.


둘째. 2020년 겨울.



마음을 다했던 사역지. 1년뒤 사임이 결정되면서 여러 감정들이 올라왔다. 수많은 상황과 과정들속에 마음지킴이 필요한 그때 2010년에 기도했던 그 기도가 떠올랐다. 빛되신 주님을 통해 세워지는 공동체. 2010년에 이름을 만들어봤던 빛된 교회. 주님의 빛의 따스함과 빛을 통한 생명력 그리고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가득한 공동체. 그분은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는 분이시다.(시편 37편 25절) 그러나 그때도 몹시 추웠다. 주님의 빛이 아니면 견딜수 없을 정도로 나는 몸과 마음이 한기속에 가득해 있었고, 부산에서의 가장 추운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다.


셋째. 2021년 겨울.


개척을 했다. 전날까지도 아내와 둘이서 예배드릴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가정에서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친구들이 모였다. 개척예배를 위한 기념사, 권면의 말씀 같은건 없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함께 했다. 동역자들이었다.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그렇게 친구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간 어느부분인지 모르게 얼었던 내마음이 서서히 녹고 있다. 겨울인데 따스했다.



날씨는 어느해보다 추웠다. 그런데 따스하다. 온기가 흐른다. 넉넉하다. 계속 그렇다. 그리고 하루가 멀다하고 하나님의 기적같은 손길들이 함께 한다. 가족과 친척, 연락이 오래전 끊겼던 모교회의 지체들, 그동안 함께 걸어왔던 사역지의 동역자들, 신학교의 동지들, 그리고 아주 작은 교회들.



거대한 자본을 가진 자산가나, 거대한 교회가 거대 자본으로 도운 경우는 아직 없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어느 친구는 대학생인데 알바하며 그동안 조금씩 모았던 용돈을, 어떤 친구는 첫 직장의 월급중 일부를, 어떤 분은 하루에 5시간되 안되는 일터에서 힘겹게 번 마음을 나눠주셨다. 따스함이 계속 되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함께>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그리고 예전 <남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허들링>이 생각났다.

평균 영하 34도에 부는 바람은 시속 148km~250km에서 몸의 지방이 80%가 소진되고, 근육이 파괴되도 그토록 알을 지키기위해 아빠황제펭귄은 알을 주머니에 넣고 품는다. 알을 낳고 먹이를 몸에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난 엄마펭귄이 올때까지 대략 65일. 알을 주머니에 품고 2-4개월간 아빠펭귄은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눈을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백마리, 수천마리 수컷들은 몸을 밀착시키고 천천히 주위를 돌다가 바깥쪽에 있는 개체가 체온이 낮으면 자리를 바꿔가면서 집단적으로 알을 보호하기 위해 체온을 유지한다. 이것을 허들링이라 한다.


코로나 시대. 교회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져,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마다 맛을 잃은 기독교와 교회는 땅에 밟히는 시대. 어느 시대보다 춥고, 매서운 날선 바람이 개척을 한 교회를 향해 쏟아진다. 그런데 그때 마다 삼위 일체 하나님은 정말 신묘막측이라느 단어를 표현해야할정도로 우리 교회를, 그리고 나의 마음을 얼지않게 하신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동역자들과 가족들, 주님의 교회들과 친구들은, 자리를 바꿔가면서 늘벗 교회와 늘벗 지기인 나를 따스하게 품어준다. 조심스럽고 미안하지만, 용기를 내어 요청했던 후원에 대한 부분도 오히려 격려를 해주며, 함께 해준다. 어떤이는 무명으로, 어떤이는 깐부라고 말하며 돕고, 어떤이는 연락한지도 오래되었고, 미안할 정도로 예상치도 못한 분들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허들링에 함께 참여 하고 있다.


오늘밤도, 그 온기가 느껴져 살며시 입가에 비소를 지으며 삼위일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웃다가 잠이 든다. 나는 지금, 우리 늘벗교회는 지금 부산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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