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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Jan 23. 2022

톺아보다.

늘벗이야기


  매주 월요일 아침. 아침조회 시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간이었겠지만, 특별히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이 내게는 너무 답답했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똑바로서서, 내리쬐는 햇살과 추운 칼바람을 이겨내고, 그렇게 많은 학생들은 서 있었다. 구령대 위에 서있는 교장선생님은 우리의 표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때때로 주저앉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곁에 있는 친구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말했다. 공허하고, 지루하고, 필요없다는 생각이 느껴졌고, 때로 심할때는 폭력적이라 생각까지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교회를 갔다. 조회 시간이 생각났다. 매주 일요일 아침. 그 시간이 답답했다. 소리는 잘들렸지만 이해 되지 않는 단어들을 계속해서 말하는 목사님. 똑바로 앉아서 내리쬐는 히터바람과 에어컨의 칼바람을 이겨내고 사람들은 앉아있었다. 강대상 위에 서있는 목사님은 교인들의 표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때때로 고개를 숙이고 숙면을 취하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목사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말했다. 다른 생각이 계속 들었고, 지루했으며, 내가 왜 이시간에 여기 있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후 그 시간은 설교시간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내게 해결되는 것이 있었다. 교회용어에 익숙해 져서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직접 쏟아 붓는 히터와 에어컨 자리는 피하는 요령이 생겼다. 고개가 꺾인 애들을 옆에 쿡 찔러 깨우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덧 나는 설교자가 되었다. 그리고 처음 교회간 그때의 그 시간을 종종 기억한다. 그래서 노력했다. 최대한 쉬운 용어와 쉽게 설교하기 위하여, 너무 많은 연구의 정보를 때때로 가지치기할때 진심으로 아깝고, 아쉽다. 그리고 열이 많은 나는 여름이면 설교할때 땀에 젖어도, 교인들이 양손으으로 반팔 팔뚝을 어루만지면, 지체하지 않고 에어컨 온도를 높여달라 부탁했다. 때때로 고개를 숙이고 숙면을 취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을 있을가봐 세우기도하고, 따라하라고도 하며, 영상도 준비하고, 예화와 설교 노트를 쓸것도 권한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설교 시간에 질문하고, 서로 질문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성경 공부시간에 질문하기 시작했고, 서로 질문하게 했다. 어느정도 질문을 하는지 궁금해서 두시간 제자훈련가운데 한 친구에게 질문하는 횟수를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번의 훈련 속에서 170번에서 180번 사이의 질문을 한다고 했다. 물론 이 질문은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한번에 한 사람에게 하는 질문의 횟수를 말한다. 결국 나는 사역 내내 그것을 시작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질문하는 공동체가 되길 바랬다. "마음이 담긴 질문은 언제나 마음을 자라가게 하고, 마음이 자라나면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질문의 힘을 경험하면서, 설교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박남일의 <예쁜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톺아보다는 '톺다'에서 나온 말이다. 톺다는 가파른 곳을 오르려고 길을 더듬어 찾거나, 빈틈없이 모조리 뒤지면서 찾는다는 뜻인데  원래는 옷감 재료인 삼을 째서 끝을 가늘고 부드럽게 하려고 작은 톱으로 누르면서 긁어 훑는'톱(질)하다'가 변하여 톺다가 된 것이다.(박남일의 예쁜 우리말 사전 인용)

설교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질기고 빳빳한 인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것들을 부드럽게 작은 톺으로 누르고 긁어 훝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6주간의 설교후 톺아봄의 시간을 준비했다.



에베소서 1장부터 6장을 통해 교회를 세워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그동안 찾아봤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톺아봄의 시간을 위해 질문을 6번의 설교마다 준비했다. 질문은 사람을 존재케 하고, 질문은 사람을 살게 한다. 또한 공동체적인 질문과 적용은 나 뿐아니라 우리를 존재케 하고 우리를 살게 한다. 특히 그리스도께서 주인이 된 공동체가 나누는 질문 사이에 언제나 성령님께서 함께하셔서 우리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시고, 공동체적으로 실천할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개해 가신다.



그것이 늘벗교회 톺아봄시간에 이루어졌다. 우선 예배시간에 설교를 10분으로 줄였다. 설교는 그동안 여섯번의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고, 우리가  다시 톺아봐야 하는지,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 그리고 공동체적 질문과 적용은 무엇인지를 안내하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톺아보는 시간.  시간을 위해 한주 내내 고민하며 여섯번의 설교속에 질문을 준비했다.




식상하고 뻔한 질문은 언제나 식상하고 뻔한 답을 만들어낸다. 그러기 위해서 질문이 중요하다. 나로 시작해서 우리로, 우리로 시작해서 우리의 삶으로 거기에 하나님 나라의 이루어짐이 느껴지도록 질문해야한다. 너무 드러나는 질문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 좋고, 개인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질문이 좋다. 성찰과 사유로 초대하는 질문으로 다양한 실천적 확장을 질문을 통해 요구할수 있다.




처음으로 톺아보는 이 시간속에서 우리 공동체는 각양각색의 나눔과 실천들이 나왔다. 디테일한 가이드 라인을 일부로 전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적용은 개별 적용, 그룹별 적용, 공동체 전체를 향한 적용으로 다양했다. 그래서 신선하고, 창의적이었으며, 즐거웠다. <하나됨> 이란 주제로 질문과 나눔이 있던 그룹이 공동체적 적용으로 플로깅 먼스를 제안했다. 플로깅이란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육활동과 자연보호활동이 합쳐진 개념을 의미하는 신조어(나무위키 인용) 이다. 녹색교회를 지향하는 우리 공동체가 한달간 하나님 창조하신 창조세계를 보호하고 아끼며 구체적으로 실천하자는 아주 시의적절한 적용이다.



10 설교후 100 가량  나눔속에서, 어려워 하거나, 지루해 하거나, 나와 상관없이 생각하거나, 졸거나 하는 성도들은 없었다. 오히려 살아있었고, 즐거워 했으며, 신선해했고, 창의적이었으며, 함께 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톺아보는 시간은 계속될거 같다. 톺아봐야  것은  껍질이나 가파른 숲길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톺아봐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픔들, 우리 주위에 깨어진 것들, 세상속에서 신음하는 것들을 톺아봐야 한다. 우리 늘벗교회는 그렇게 하나님과 함께  세상을 톺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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