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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Dec 02. 2022

그해 우리는

늘벗 이야기

<벌써 우리가 일년째 _여름 수련회>


그해 우리는


16살. 여름. 그해 나는 처음으로 교회 수련회를 갔다. 처음으로 형과 누나라는 존재가 뇌리 깊게 새겨졌다. 교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한번더 눈이 열리게 되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남는 것은 속초의 농협에서였다. 당시 속초 시내를 돌면서 미션을 해결하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중3. 중간나이. 내 밑에 여자애들도 있었고, 형누나도 있었다. 까칠하기가 끝판왕이었던 나의 존재가 아마도 형들과 누나늘 입에 들어간 모래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아직도 생각 나는건 물 한모금이었다. 미션을 위해 한참을 걸었던 우리. 투덜거리며 짜증내던 내 발걸음. 그 가운데 찾은 농협. 미칠듯한 더위가 놀랍게 사라지는 에어컨 옆에는 정수기가 있었다. 6명이 한조였던 우리는 정수기의 물을 순서대로 기다렸다. 그런데 조장이었던 누나는 내게 물을 건냈다. 첫 물. 내가 멋쩍게 서있으니, 곁에서 2살 많은 고등학교 부조장 형이 웃으며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동생들 열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셨다. 그 물맛은 아직도 잊을수 없다. 그게 나에겐 수련회 였다. 그해 여름에 나는 우리가 되었다. 그해 나에게 우리를 만들어준 수련회.





이후 나는 계속되는 수련회 때 마다 참여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매번 다른 방법과 다른 사람으로, 놀랍게 수련회를 통해 일하셨다. 나는 언제나 수련회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고, 해가 거듭될수록 수련회를 향한 기대와 중요성은 더욱 커져갔다. 그렇게 나는 매년 마음과 정성을 다해 수련회를 준비했고, 언제나 나의 기대와 기도보다 크게 그분은 일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수련회 사역의 20년의 시간속에서 하나님은 수련회를 이루어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을 알려주셨다.






첫째는 모든 과정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기


개척후 첫 수련회까지 오는 과정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깨닫고 누리는 것이 수련회의 준비단계부터 시작해야 함을 하나님은 끊임없이 내게 강조했다. 눈과 귀와 모든 감각을 열고 수련회에서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몇 개월 전부터 집중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찬양의 가사로, 독서를 통해, 영화로, 드라마로,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홀로 사색하는 과정속에서, 기도 가운데, 말로 다할수 없는 방법으로 주님의 일하심을 살폈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하나님께서는 늘 우리 공동체에 가장 선한 것으로 이끄시며, 필요한것을 조명해 주신다.’ 이 과정은 수련회를 기획하는 사역자에게 주시는 커다란 기쁨이자, 즐거움이요, 또한 신비로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설정된 주제 “그 해 우리는”. 드라마의 제목이었던 이 문구는 개척을 시작하고 처음 진행되는 수련회에 아주 중요한 문구가 될 것을 확신했다. 드라마의 느낌과 빛깔도 마음에 들었다. ‘마녀, 이태원 클라스’에서 팬이 된 김다미 배우와 ‘기생충’에서 선이 있는 연기가 좋았던 최우식 배우와 ‘슬기로운 깜빵생활’의 감초 역할을 하던 김성철 배우까지. 좋아하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학창시절속에 흐르는 사랑과 우정이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 무엇보다 대사들 하나 하나가 평범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져 수련회를 위한 기도회, 설교 가운데, 수련회 가운데서도 사용한 문구가 있다.


 “가늘게 긋는 선 하나에 움직이는 초침 한 칸에 그 모든 해에 그 모든 순간에 국연수가 없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여기서 국연수를 하나님으로 바꾸어 생각해봤다. ‘가늘게 긋는 선 하나에 움직이는 초침 한 칸에 그 모든 해에 그 모든 순간에 국연수가 없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이런 고백이 서로에게 터저 나오는 수련회가 되기를 기도하고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느낄수 있는 시간을 곳곳에 심어 놓아야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것을 위해 전도사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또 기도하고, 또 나눴다. 그러면서 이번 첫수련회의 디렉터를 장진 전도사님으로 세워야 함을 알게 되었다. 수련회 전체적인 파악과 진행 그리고 과정속에서 가장 높은 리더십으로 전도사님을 세우고, 나는 그분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가고, 그분의 브레이크에 순종해야함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는 2박 3일간 전해야할 말씀을 준비하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된 뒤로, 마음을 다해 설교를 준비했다.


설교의 커다란 제목을 첫째날에는 <늘>, 둘째날에는 <벗>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그해 우리에게 허락하신 교회와 이 교회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준비해 갔다.


1.

늘 : 늘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나님

늘 : 우리의 늘늘함(넉넉함)을 위해 오신 예수님

늘 :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루어가길 원하시는 성령님.


2.

벗 : 햇볕이 되어주시는 하나님,

벗 : 우리를 친구로 여기시는 예수님

벗 : 소금 굽는 가마로 우리에게 살맛나게 하시는 성령님.


이렇게 설교가 만들어지는 과정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식사팀, 정리팀, 진행팀으로 나눠서 각각의 팀장들을 세워주셨고, 한달간 우리는 예배 시간 내내 기도하며, 또 매일 기도할수 있도록 기도제목을 나눴으며 가기전 주일엔 기도회까지 진행 했다. 그러니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을 집중하게끔 하는 과정을 이끌어주셨고, 그 과정을 통해 수련회가 진행되는 그 시간들속에 지체들에게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주목하는 태도로 나아갈수 있었다.

 






둘째는 마음을 다한 준비 이후에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수많은 수련회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최선을 다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수련회를 위해 처음 계획이었던 옥당 한사랑 교회를 답사팀과 함께 다녀왔다. 정말 좋은 장소에 우리를 진심으로 환대해주시는 목사님 가정의 사랑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장소가 멀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지체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또한 우리에게 차량 역시 부족하여 오가는 차편도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다시 지난 엠티 가운데 정말 감사하게 사용할수 있던 장소가 있었는데, 당시 장소를 빌려주시며 섬기신 이창렬 집사님께서 또 와서 사용하라는 말씀이 기억이 났다. 다른 대안적 상황이 생각나지 않아 결국 집사님께 상황과 말씀을 드렸고, 너무나도 흔쾌히 장소를 제공해주셨다.


숙소가 해결되자 예배드릴 장소가 필요했다. 숙소 옆에는 가정집이 있었기 때문에 밤늦게 예배를 드리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그리고 여름 수련회는 내게 언제나 물놀이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지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싶었다. 시원하게 놀고싶었기에 근방의 바다와 계곡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 아래 결국 수련회 답사팀은 경주로 향했다. 이번에는 수현이도 함께 하면서 정말 감사하게도 지체들은 답사를 즐겼고, 누렸고, 그안에서 놀았다. 그리고 주님도 우리와 함께 놀았다. 그리고 우리는 예배드릴수 있는 장소도 찾을수 있었고, 키보드와 기타, 무선 마이크, 보면대. 각자의 집에서 하나씩 가져왔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수련회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이뿐 아니다. 반 백년 살아가며 한번도 수련회를 가보지 못한 집사님은 아내 집사님께 부탁해 뜨거운 사랑 가득한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오셨고, 30년전 가봤던 수련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기도하며 함께 하신 집사님, 허리가 아픈 상황이기에 주변에 숙소를 따로 잡아서 딱 잠만자고 모든 시간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집사님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또 그곳에서 한시간 더 걸려서 찾아온 자매, 100일 휴가를 수련회와 맞춰서 함께 수련회를 참여한 형제, 온라인으로만 함께 했지만 수련회를 참여하여 2박 3일간 어색함을 넘어 그 시간을 누렸던 집사님. 수련회장을 위해 두 번 세 번 더 찾아와 지체들을 위해 청소하고, 또 예배드리는 장소에 의자와 책상을 셋팅한 분들까지.


하나의 수련회를 위해 우리는 모든 프로그램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러나 수련회를 시작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일들이 쏟아졌다. 도착후 숙소를 셋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2박3일의 짐은 생각보다 많았고, 청소와 함께 예배장소까지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눈앞에 일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미 도착한 나리는 땀을 뻘뻘흘리며 바닥을 닦고 있었고, 너나 할것없이 모두다 각자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그 무게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특히 감사한 것은 장소를 섭외해주신 집사님께서, 예배장소까지 마음을 다해 준비해주시면서 수련회 장소가 아름답게 만들어져 갔다.


첫날이 금요일이었기에 업무를 마치고, 오는 지체들이 많아져서 레크레이션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많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온 전도사님의 마음이 느껴지고, 또 온 성의를 다해 참여하는 성도들의 태도와 모습속에 우리는 어깨춤을 추게 되고, 웃음이 멈춰지지 않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레크레이션 이후 내가 진행하는 교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펼치는 시간에는 우리 모두 누워서 진행했다. 아마 이전까지 내가 했던 수련회 역사상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누워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서로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정식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속에 청소와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고, 누워서 한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쉼과 즐거움과 의미까지 가져다 준 시간이었다.


이후에도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우리는 시간과 프로그램으로 우리 교회를 가두지 않았다. 물놀이를 하며 조금더 놀고싶다고 해서 넉넉하게 놀수 있었고, 저녁시간을 명륜진사갈비를 먹으며 여유있게 먹었으며, 그 가운데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겨(이것은 셋째에서 설명하겠다.) 우리의 예배는 무려 한시간 반이 지체되었다. 그러나 어느하나 불평이나 불만이 없었고, 이미 와서 예배당에서 기다리던 지체들은 자연스레 담소와 찬양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성경을 넉넉하게 읽고 기도하기도 하셨다. 수련회 전체를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은 각자의 시간을 갖게 해주셨고, 그 여백과 틈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조금더 발견할수 있었다.







셋째, 하나님과 지체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시간만들기


성경은 우리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 나라의 백성, 의의 옷을 입은자, 포도나무의 가지, 몸의 지체 등 다양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속에서 우리는 거룩한 상상력으로 진리의 맛을 마음껏 경험한다. 그 가운데 우리가 오늘날 충분하게 만끽해야하는 우리의 정체성은 바로 친구이다. 주님은 우리를 친구로 부르셨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은 ”우정이라는 단어는 신앙의 세계에서 기도와 금식만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수많은 수련회를 진행하고, 기획하고, 섬기고, 이루어가며 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경험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정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을 넣었다. 중보기도 시간에는 일대일로 기도하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실천했고, 일대일 데이트도 꼭꼭 넣었다.


늘벗교회의 첫 수련회에서 실행한 아주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짝지 : 부산에서는 짝궁을 짝지라고 말한다.> 프로그램이다. 예배당과 숙소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정도. 누군가에겐 이 거리가 아쉽고 피곤하게 느꺄지겠지만 이 거리는 의외로 많은 것을 만들어줄수 있다. 서로와 서로를 이어주는 소중한 거리, 영적인 친구가 만들어지는 우정의 거리가 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백문 백답부터, 짝지와 셀카, 짝지와 기도제목 나누기 등 다양하게 준비했고, 하나님께서는 준비한것보다 훨씬더 풍성하게 우리 공동체 가운데 우정의 에토스를 불어넣어 주셨다.


특별히 기억남는 짝지가 있다. 첫 번째 짝지는 나리와 배정화 집사님이다. 나리는 우리 교회에 유일한 청소년이다. 아무래도 또래가 없어서 어색할수 있지만 오히려 어색해 하는 지체들을 찾아가 말을걸고, 환대하며 우정을 만들어가는 동역자이다. 배정화 집사님은 집사님의 어머님의 교회 적응을 위하여 근처 교회를 모시고 오가는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계신 분이시다. 그런데 두분의 캐미가 남달랐다. 숙소에 도착했을때도 두분은 조용히 묵묵하게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이 흡사 딸과 엄마 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나리가 고백했는데 아침마다 배정화집사님께서 자신에게 ”잘잤어? 오늘도 은혜 많이 받자!“ 하시는 환대가 고마웠고, 중보기도시간에도 누구보다 먼저 손을 잡고 기도해주셨다고 한다. 두분은 수련회가 마친뒤에서 여전히 서로 연락하는 친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짝지는 세림이와 왕태용집사님이다. 왕태용 집사님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세림이랑 동갑이다. 그러니까 세림이와 왕태용 집사님은 아빠와 딸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림이와 왕태용 집사님의 우정도 정말 멋졌다. 특히 둘째날 저녁 명륜진사갈비를 먹고 숙소로 오는데 세림이가 치아 교정의 중요한 철사를 놓고 왔다고 했다. 이에 왕태용집사님은 바로 명륜진사갈비로 향했고, 쓰레기통을 다 뒤지고, 휴지와 음식물이 가득 섞여 있는 것들 사이 가운데 맨손으로 다 뒤적이며 결국 철사를 찾았다. 이때 나와 우아가 함께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나는 왕집사님의 그런 모습속에 존경심이 우러 나왔고, 우리 공동체 모든 지체들 역시 이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 우정의 에토스가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사람은 찬우다. 누구보다 늘벗교회를 사랑하고, 함께 하고싶어하는 우리 찬우는 현재 군인이다. 군인으로써 가장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순간은 바로 휴가다. 찬우의 부대는 특성상 포상휴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그 시간들이 정말 귀하다. 그런데 찬우는 몇 달전부터 휴가를 늘벗교회 수련회의 일정과 함께 조율해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코로나를 걸리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자기도 하며 휴가를 나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놀랍게도 찬우는 휴가 속에서 수련회를 참여 했고, 이런 찬우의 모습은 우리 공동체에 우정이란 단어의 가치를 한번더 스며들게 만들었다.


이같은 수련회를 이루어갈수 있게 기획하시고 이루어가시며 완성시켜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표현밖에 할수 없는 고귀한 시간이었다. 숙소와 식사, 프로그램과 모든 순간에 불평과 불만을 표현하는 이는 없었으며, 모든 순간 마다 웃음과 감사가 넉넉했던 늘벗교회 첫 수련회. 앞으로 분명 늘벗교회가 성장해 가는데 아름다운 이야기로 계속해서 회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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