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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Apr 26. 2023

<점자 실버 버튼>

<점자 실버 버튼>



정확히 1년 2개월이 지난 2020년 12월 5일, 상상하지도 못했던 1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말도 안 돼. 우리 채널이 10만 명 구독자라니. 그럼 우리도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우리는 바로 신청 절차를 알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외국에는 이미 실버버튼을 받은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몇 명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중 한 명은 점자로 이름이 새겨진 실버버튼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유튜브에 점자 실버버튼 제작을 해줄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을 보냈다. 이름뿐 아니라 모든 내용을 점자로 새겨줄 수 있냐고 썼다.    



기대에 차서 하루하루 기다리던 어느 날, 유튜브로부터 답장이 왔다. ‘어워즈’를 담당하는 팀으로부터 점자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으로서 실버버튼을 받게 된 데다 세계 최초로 모든 내용을 점자로 제작한 실버버튼을 받게 되었다니! 몹시 기쁘고 흥분됐다.    얼마 뒤, 새해가 밝았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실버버튼이 선물처럼 도착했다.    설렘으로 가득 차서 상자를 풀었다. 가위로 힘겹게 포장지들을 벗겨내고 드디어 실버버튼을 마주했을 때,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리 더듬어도 점자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형태의 점자인가? 다른 데 있는데 내가 못 찾고 있는 건가?’    어리둥절해하며 점자를 계속 찾고 있는데 옆에 있던 소희가 말했다.    “점자가 없는데?”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소희의 시력이 안 좋아진 건가 싶기도 했다. 사실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점자는 정말 애초에 적혀 있지 않았고 나는 크게 실망했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고, 나에게 귀한 실버버튼을 선물해준 구독자분들께 제대로 된 점자 실버버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나는 다시 유튜브에 상황 설명을 하고 점자로 제작된 실버버튼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유튜브 측에서는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직접 실버버튼을 제작하는 업체를 연결해주었다.



....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많은 사람의 공감과 지지가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용기 내서 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가 있었으니 다음에 점자 실버버튼을 받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함께해준 친구들과 구독자분들 덕에 5개월에 걸친 ‘실버버튼 대장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 과정은 내가 유튜브를 해온 과정, 그리고 내 인생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유튜브가, 또 나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나와 함께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도 좋은 날을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한솔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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