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이름 아래_기저귀

예순아홉 번째 이야기

by 박상민

기저귀



한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빼꼼히 밖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인다. 바지는 젖어 있다.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내 시선은 바닥으로 향했다. 맨발은 사방에 가득한 물기 위에 오롯이 서있다. 한동안 아무 말 못 했다. 아이도 아무 말 안 한다. 그냥 울고 서있다.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나 참았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얼마나 속상했을까. 차마 아빠 앞에서 보여주기 민망했었는지 방에서도 한참을 있었다. 순간 나도 두 다리가 땅에 붙고 얼굴이 경직되었다.


사실 두 달 전부터 기저귀 이야기를 아내가 꺼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하늘이와 동갑인 친구들은 현재 기저귀를 떼고 다닌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에게도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아내. 며칠 전부터 상황을 계속 설명했다. 하늘이는 알아듣는 거 같으면서도 변기에 가는걸 어려워했다. 그래도 얼마 전 저녁에는 엄마가 붙잡고 있어서 성공했다. 그 기세를 가지고 어린이집에 기저귀를 떼고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하늘이가 어린이집에서 계속 소변을 참았던 거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긴장이 풀렸는지 그렇게 울고 서있었다. 그리고 나도 한참 서있다가 하늘이를 안아줬다. 그리고 바닥을 치우고, 하늘이를 씻기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팬티와 바지를 마저 빨면서 놀랐다. 바지에 비누를 묻히는데 생각보다 바지가 길었다. 하늘이가 자라나고 있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저녁에 아내가 와서 상황들을 말하며 아내에게 조금 더 기저귀를 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결같은 아내의 신념을 무너뜨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내의 한결같은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 날부터 하늘이가 조금씩 변기를 사용하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참으로 어려울 때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아이가 힘들어하고, 어려워 하지만 부모는 계속 기다리며 외롭지만, 속상하지만, 버텨야 한다. 답답한 것은 아이의 변화가 절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 가는 아이의 속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미미하다. 그러나 하늘이 바지의 기장처럼 어느새 그렇게 자라 있다.


어느덧 기저귀를 뗀 게 자연스러워진 하늘이에게, 고맙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야겠다. 그리고 하늘이에게 미안했다고 말해야겠다. 하늘이가 어렵게 어린이집에서 참고 참다가 집에 와서 했던 그 순간. 따스하게 말해주고, 안아주고 괜찮다고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또 아빠도 놀라서 그런 거라고. 네가 잘못한 거 아니라고. 그렇게 오늘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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