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이름 아래_나무처럼

일흔 번째 이야기

by 박상민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소리가 좋다. 장화와 우산을 신기고 하늘이와 나왔다. 조용히 빗소리를 귓가에 가득 머금으며 걸었다. 그러다 더 이상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늘이와 고개를 들어보니 집 앞의 가로수가 손을 내밀어 비를 대신 맞아주고 있었다. 고마웠다. 우리 집은 약 35년 정도 넘었다. 그래서인지 집 앞의 가로수들도 오랜 시간 함께해온 흔적이 가득하다. 특히 경비실 앞에 내가 좋아하는 넉넉하게 굵고 우람하게 크다. 든든하게 잘 자라 주는 가로수를 하염없이 올려보다 나무의사 우종영 선생님이 생각났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우종영 선생님은 30년간 아픈 나무를 돌보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도심의 아픈 나무서부터, 병충해로 인해 상태가 나빠진 천연기념물 고목까지, 그의 손을 통해 되살아난 나무만 해도 수천 그루다. 그는 그의 저서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통해 나무 키우기와 아이 기르기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한다. 나무 키우기와 아이 기르기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한 이야기를 말한다.


중국 당나라 시절 나무를 잘 기르기로 정평이 난 곽탁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곱삿병을 앓아 허리가 굽은 모습이 낙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떤 나무든 그가 심으면 백발백중 잘 크다 보니 그 비결을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를 많이 맺게 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아는 건 나무의 본성이 잘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넓게 펼쳐지길 원하고 흙은 평평하기를 원합니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뒤에는 건드리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며,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 뒤는 버린 듯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는 자신을 찾은 이들에게 이런 말도 덧붙였다. “사람들은 사랑이 지나치고 근심이 심해 아침에 와서 나무를 보고 저녁에 또 와서 만져 보는가 하면, 뿌리까지 흔들어 흙이 잘 다져졌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나무는 자신의 본성을 잃고 맙니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68~69.p 인용)


우종영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처럼 원칙이 있는데 ‘최대한 멀리 떼어 놓기’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그늘 밑에선 절대로 자식들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한다며 곁에 두면 결국 어린 나무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 충분한 햇빛을 보지 못해 죽는 것처럼 자녀 역시 그렇게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하늘이가 자라 가며 홀러 서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조금 컸다고 자기 우산을 꼭 쓰고 나간다. 그러면 늘 하늘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노심초사다. 걷다 넘어질 거 같고, 비틀거리는 게 너무 위험하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더 두고 봤다. 자기 우산을 쓰고 앞장서서 걷는 하늘이. 어깨에 비가 들어오고, 바람 때문에 우산도 한번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봤다. 그러더니 천천히 차 앞으로 가더니 기다리고 있다. 얼른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자기 힘으로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이 씩씩하다. 앞으로 더 많은 순간에 최대한 멀리 떼어 놓는 훈련이 내게 필요함을 느낀다. 내 안에 조급함이 밀려올 때마다, 나무를 바라봐야겠다. 건드리지 말고, 흔들지 말자. 내 자녀의 본성이 아름답게 자라가 길. 그렇게 멀리 떼어 놓고 키우는 자가 되기를. 그런 아빠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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