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언어
그리스도인들에게 땅이란 어떤 것일까? 정권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서울의 땅값은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결국 그 땅값은 자연스레 집값과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서울 인근의 신도시를 계획하고, 또한 서울 시내 집값을 조정했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수도권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국 1위 땅값을 자랑하는 곳은 서울 명동이다. 화장품 업체인 N사의 땅은 무려 15년 연속 전국 땅값을 자랑하는데 ㎡당 913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표준지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곳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임야의 땅(㎡당 205원)은 15년 동안 내려간적 없는 명동의 땅값과 비교해 4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오늘날 한국 기독인들 가운데에도 땅은 자본의 근원이며, 투기의 대상이고, 쟁취하고 싶은 소유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땅에 대한 신학적 이해나, 땅을 하나님 통치의 질서 가운데 바라보는 시선이 부족하다. 사실 기독교 역사 가운데 땅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중세시대만 돌이켜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피흘림을 통해 수많은 땅에 십자가가 꽂혀졌는지 우리는 알수 있다. 과거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메시지의 잘못된 해석으로 십자가를 들고 땅을 정복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때 저지른 악행들은 지금도 기독교의 흑역사로 남아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땅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땅 밟기 기도라는 이름으로 타 종교의 종교 부지나, 시설물 주위의 땅을 밟아 가며 기도하는 행태로 내려오고 있다.
땅을 정복해야 할 대상, 무너뜨리고, 쟁취 해야할 것으로 보는 해석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그것은 바로 구약의 잘못된 이해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크다. 구약성경을 단편적으로 살피며,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할 때 땅은 오용되고, 남용되며, 상실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구약성경속의 땅을 성경책의 뒤표지에 실린 천연색 지도들을 이루고 있는 ‘배경’ 역할이나 성경 백과사전들의 그림 설명 항목 정도로 간과해오고 있다.
구약에 흐르고 있는 땅에 대한 약속, 선물로 주심, 남용과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땅에 대한 두 가지 이해를 가져다 준다고 밝힌다. 하나는 땅이 하나님의 선물이며, 또 하나는 땅은 하나님의 소유라는 개념이다.
땅을 하나님의 선물과 하나님의 소유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기독인들에게는 두 가지 신앙의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먼저 하나님에 대한 의존성이다.
땅을 하나님의 선물로 이해하는 부분으로 여긴다면 역사를 통제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권능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 농부들은 수 세기 동안 땅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 아래서 하나님의 역사와 하나님의 추수케 하시는 분을 경험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순종할만한 믿음직스러우신 분으로 만들어 갔다.
또한 땅을 하나님의 소유로 본다면 그 땅의 활용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 하신다는걸 경험케 된다.
이는 민족의 영토를 방어하는 큰 문제부터 과일 나무의 가지를 치는 일까지 모든 영역에 실천할수 있게 하는 패러다임으로서의 엄청난 힘을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가 기독인으로써 땅에 대한 함의를 갖게 된다면, 땅은 하나님을 더욱 의존케 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며, 더 나아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책임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땅을 살아감에 있어서 한번더 하나님의 소유되심을 기억하고, 하나님을 향한 의존을 통해 이땅에 책임을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