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견
내 책상은 남들이 보기에 정리가 잘 안 돼있다. 읽던 책들 이리저리 놓여있다. 파티션 이곳저곳에는 갖가지 포스트잇 쪽지, 편지, 사진으로 가득하다, 어디에 쓸 수 있겠지? 하고 버리지 않은 캔디 박스, 나노 블록으로 만들어진 미키 마우스도 정수리에 먼지가 앉아 있는지도 모르고 웃고 있다.
타인이 보기에 영락없이 정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들이 보기에 그런 것이다. 읽던 책들이 이리저리 놓인 것이 아닌 내가 다시 볼 때 가장 편한 곳에 배치되어있다. 파티션 이곳저곳에 붙여진 편지와 사진은 내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순서대로 둘러쳐 있다. 캔디박스는 잘 숨겨져 있고, 나노 블록 역시 한 곳에 자리를 차지하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내 책상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이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내 책상과는 달리 요즘 내 마음은 정리가 잘 안돼 있다
. 얼굴과 턱선은 면도가 되어 있고, 머리에는 구레나룻을 잠재우기 위해 왁스가 잘 발려 있다. 싸늘해진 날씨에 적격인 카디건은 정장과 잘 어우러져 따스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신체 어느 곳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들이 보기에 그런 것이다.
말끔하게 면도가 되어있는 턱 선과 달리 매일 들리는 세상의 소식에 울퉁불퉁 마음이 심란하다. 왁스로 구레나룻은 잠재워져 있지만 최근 일어나는 개인적인 일들로 몇 번씩 요동치는 마음은 쉽게 잠들지 않는다. 싸늘해진 날씨에 적격인 카디건은 몸을 훈훈하게 해 주지만, 이래저래 부는 바람에 내 마음은 아직도 덜덜 떨며 이래저래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내 마음은 정리가 좀 필요하다.
새벽녘까지 뒤척이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다음날을 살아내는 것은 살아간다에서 버틴다는 의미로 삶이 퇴색된다. 이것이 정리가 필요한 이유일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더니 어둠이 물러갔다. 그리고 고요함을 깬 것은 빗소리였다. 비가 내리며 창문을 두들겼다. 두들기는 창문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얼룩이 가득했던 유리창.
빗줄기는 그것들을 씻어 내려갔다.
깨끗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얼룩이 가득했던 창문의 얼룩들이 하나둘 정리되며 씻겨 내려갔다. 얼마 전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은 얼룩은 천년만년 있을 것처럼 위용을 자랑했다. 그러나 연이은 빗방울이 그 문을 두들기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아주 진한 구정물이 아래로 향했다. 그 구정물들이 얼룩지고 복잡했던 창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창문을 바라보는데, 여전히 더러운 창문이 있다. 집안에 베란다와 집을 잇는 그 창이 그렇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그 창문은 집안에 있기에 씻겨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너무 멀쩡하고 깨끗해 보이는 그 창.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밖에 달린 창문은 빛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얼룩들을 금세 씻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집안의 창은 얼룩이 가득해도 타인들이 좀처럼 볼 수 없다. 얼룩이 점점 번져나가도 그것이 얼룩인지 창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혼탁해질 정도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버티며 존재한다. 정리가 안되어 있는 창. 소 란스 레 빗방울이 떨어져 밖에 있는 창들을 두드리며 씻겨 나갈 때도 바라보고 있는 창. 그 창이 깨끗해지려면, 정리되려면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 버겁더라도 걸레에 물을 적시고, 위에서 아래로, 직접 얼룩을 지워야 한다. 그게 방법이다. 한없이 누군가, 무엇인가를 통해 내 마음이 정리되길 원했던 나에게 작은 통찰을 가져다준다.
이제 일어나서 수건에 물을 묻히고 내 마음을 닦고 정리해야지.
그래.
내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