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앙의 언어

by 박상민

학창 시절을 돌아볼 때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매주 월요일마다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빼먹지 않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모든 학생들은 하나의 목소리가 된 것처럼 말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지금은 문구가 약간은 변경되었으나 내용은 거의 일맥상통하다. 사고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매주 다짐하고 있다. 이 맹세문의 1980년 국무총리 지시로 국기에 대한 경례 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병행 실시하도록 하였고 이후 1984년 2월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법제화되었다.


특히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자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굉장히 심하게 혼나던 것이 그 당시 학창 시절의 분위기다. 어릴 적부터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몸과 마음을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살아갈 것에 대한 다짐을 매주 했다. 그토록 학생들은 오랫동안 다짐을 했으나, 국가가 무엇인지? 국가에 왜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하는지? 충성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국가에 대하여 직시하게 되고, 국가의 모순과 한계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부터 질문이 생겼다.


국가에 대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또한 새롭게 생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가운데 국가를 향한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만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이것은 비단 연구자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러한 어려움에 놓여 있었다.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이 마땅한 사명이라 여기며, 자신이 받아들인 이념으로 국수주의적 태도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살펴보면 국가에 대한 실존적 위기가 많았다. 조선의 몰락, 일제 치하, 6.25 전쟁, 남과 북의 분단, 독재정치의 출현, 국가 부도 사태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에게는 자연스럽게 불안감이 조성되어 있다. 이것을 수단으로 국가는 때로 국민의 맹목적 충성을 요구할 때가 있었고, 보수 기독교회들은 이를 성경적 가치관이라 여기며 국가와 정치에 대하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를 통한 이익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국가의 길이 성경의 길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변함없이 그들은 정치적 힘을 보탰고, 그런 상황 속에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정치적 태도와 모습을 향한 여론과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국가에 대한 이해를 더욱 위축시키며,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준다.


국가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과 오해의 위기에 봉착한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구약성경 속 이스라엘의 정치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환기를 가져다주며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이것에 대해 3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는 권세의 원천과 본질에 대한 주제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의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이다. 라이트는 이러한 국가에 익숙한 우리에게 모든 권세가 국민도 아닌, 국민의 대표나 지도자도 아닌 여호와의 것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점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국가에 대한 이해의 기틀을 세워주는 개념이다. 그리스도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국가가 선택하는 가치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대립각을 세울 때 하나님의 권세를 통한 선택이 필요함을 이해시킨다.


두 번째는 백성들의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의 다윗 왕조의 역사 속에 백성들의 결정적 역할을 상기시키며, 그리스도인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권력의 악행에 대한 비판적 행동과 예방적 태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권세의 모델로서의 섬김이다. 지도자 모세와 다윗을 예를 들며 세상의 왕직 모델과 상반된 이스라엘의 특징을 말하며, 정치 리더십에 목자라는 은유를 사용한 것을 강조한다. 이 같은 모델의 본이 된 예수님을 언급하며 국가 리더십의 위치에서 그리스도인이 보여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분명한 사유의 장을 만들어 준다.


이같은 라이트가 말하는 구약성경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의 이해는 그리스도인에게 국가에 대한 이해와 정치 참여에 대한 바른 실천의 장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그리스도인으로써 국가라는 단어를 깊이 숙고하고, 사유해야 한다.



저마다 다른 대답이 나올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새로운 질서를 통해 이 땅의 국가 질서에 변혁을 일으키는 그리스도인들이 계속해서 세워지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회가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