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킴

나는 수영강을 걷는다.

by 박상민






수영강을 걸으러 갈 때 이어폰을 챙긴다. 가끔 급작스레 찾는 이어폰은 잘 찾아지지 않는다. 마음이 갑갑하다. 짜증이 났고, 신경질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 찾은 이어폰은 뒤엉켜 있었다. 다른 수많은 선들과 뒤엉킨 선들을 보며 갑자기 화가 났다. 짜증까지 났다.


씩씩 거리며 뒤엉킨 이어폰 라인을 풀고 있으니 답답했다. 괜스레 그 짜증은 주위의 가족들에게 쉽게 전달되었다. 아내가 물었다. “뭐 하고 있어요.” 나는 차갑고 날카롭게, 그리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보면 몰라요?” 아내는 어이없어했다.


무엇인가 하려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일로 지체되거나 어려운 상황이 찾아올 때 나는 종종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상황들과 어려움을 주위에 표현한다. 내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배설하듯 그렇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하늘이가 아침에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며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 내가 하늘이의 시리얼을 먹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달려와서 내 오른쪽 얼굴을 때렸다. 그 순간 얼마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자신의 자녀를 전혀 통제하지 못해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던 장면이 생각났다.


나의 얼굴을 때린 하늘이는 이윽고 내 허벅지도 계속 때렸다. 내 마음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과 함께 약간의 호통을 치며 말했다.


“박하늘. 이러면 안 돼!. 아빠한테 혼나고 싶어.”

순간 분위기는 얼음장같이 얼었고,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내게 말했다.


“하늘이가 장난친 건데 왜 이래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내 마음이 화로 뒤덮였다.
그래서 말했다.

“하늘이가 버릇없게 굴어서 혼냈는데 왜 나한테 짜증이에요.”

이 말을 하는데 더욱 화는 불같이 일어났다.


이제 4살 난 아이 앞에서, 그리고 아내 앞에서 나는 소리를 쳤다. 그리고 가슴은 미치도록 답답했다. 아내에 대한 분노와 짜증 그리고 서운함과 미움이 내 마음을 꽁꽁 묶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인사도 건네 지 않고 집에서 나왔다.



오전 내내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뒤엉킨 감정은 표정과 언어로 나온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들과 떨어져 있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홀로 수영강을 걸으러 나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을이 오는 바람에 내 뒤엉킨 감정들을 날것으로 내어놓았다. 분노가 조금 식어가자 미안함, 허탈감, 죄책감, 수치심까지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럴싸하게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내면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걸을수록 그 감정들이 보다 침묵 속에 내 발걸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강물이 유난히 빛나고,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깊었다. 햇살은 어깨에 걸쳐 있었고, 바람은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뒤엉킨 감정들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감정에 지쳐 걷기를 멈추려는 내게 강물과 하늘 그리고 햇살과 바람은 함께 했다. 홀로 한참있는 그 순간에 고독은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얼마 전 태풍이 몰아친 뒤 수영강변의 모든 설치물에 온갖 쓰레기들이 뒤엉키고 강에는 냄새가 가득했다. 그래서 굉장히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던 공원은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복구가 되었다. 심지어 불쾌한 냄새로 가득했던 강물도 스스로 정화해가며 약간의 상처들은 보이지만 유유히 흘러가며 자신을 치유하고 있었다.



수영강이 그렇게 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뒤엉킨 것을 그냥 두는 게 아니라 계속 물을 흘려보냈기에 가능했다.


강물의 흐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내 안에 가득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묵혀두지 말고 흘려보내기를, 그래서 뒤엉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감정들이 제자리를 잡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겁지만 그렇게 한 걸음 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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