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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nation Sep 15. 2022

멋진 신세계

새로 얻은 내 생명

대학 새내기가 되었을 때, 과내 독서토론모임이 있었다. 그 첫 작품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였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는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며,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반면 수상작은 항상 뻔했다. 과학잡지에 나온 듯한 미래지향적(?)인 도로나 자동차인지 비행기인지 알 수 없는 탈 것이 하늘을 다니는 그림이거나 스틸의 질감을 표현한 로봇 같은 것들이 등장하면 오케이였다. 어느새 굳어져 형상화되어버린 미래의 모습. 그건 조금 정보에 앞서 나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했거나, 지금으로 보아서는 조악하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영화 속에서 구현된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한 장 한 장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첨단 과학이 이루어낸 새로운 계급사회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하나씩 쌓여가는 그 세계의 묘사를 읽으면서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익혀버린 그 미래의 모습이 그려졌던 것이다. 잠깐, 이게 언제 써진 소설이라고? 1950년보다도 전이야?

 

독서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특히 알약으로 대체된 먹거리나, 천박한 것으로 취급되는 사람들의 감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 전공이 화학이었기에,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먹는 즐거움은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낙 중 하나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귀찮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사람들의 다양성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약 하나로 에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며 전공을 살린 과제이기도 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대학 생활을 하면서 처음 느낀 그 생경함과 경이로움에 대해서 종종 말하곤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인문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을 직접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과학을 좋아하던 아이는 꽤 진지하게 읽어내었었는데,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추천도서에 있어 다시 읽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느낀 감동을 내 아이가 고스란히 느끼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마음 벅차고 기쁜 일이 되었다. 이렇게 세대가 흘러가면서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것이구나.


내가 나눈 생명은 둘이다. 이 아이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해오며 살아가는데, 과연 언제까지 가능한 것일까? 나는 삶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었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갈망도, 잘 살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그런 내게 아이가 세상에 와서 알려준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삶을 살아야겠다는 책임감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었다. 그저 작고 연약하던 시절부터 이젠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내 마음이 더 단단해져서 더 용감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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