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y 물빛

가을이 되면서 아이가 조수석에 앉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었지만, 사실은 뒷자리 가득 본인의 짐을 실어두고 치우기 귀찮아서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자리부터 치우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내심 기뻤다. 아이를 둘러싼 강박적인 성향 중 하나를 벗어난 셈이어서였다.

매일 곁에 앉아서 선곡을 하고 재잘재잘거리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운행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요즘 아이는 일본밴드 음악에 흠뻑 빠져있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접해서 일어가 익숙하게 들리기는 할 테지만, 밴드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의외였다. 꽤 오랫동안 팝송을 좋아해서 영어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던 일본노래를 몇 곡 들려주며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는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게다가 나는 딥하게 찾아 듣는 타입이 아니다. 아이는 내가 들려준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가 리듬 게임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인데, 같은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발표한 음악들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일본 친구들의 노래도 찾아 듣게 되었고, 아직도 유지되는 밴드음악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는 좋아하는 밴드의 리더를 동경해서 그 스타일도 따라 해보고, 그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기타도 구입했다. 독학으로 연습해서 커버해 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아이는 생각보다도 훨씬 공부를 많이 했더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일본 밴드들 간의 연관고리들을 이야기하며 나를 보며 웃었다. "엄마, 결국 현대 밴드음악의 뿌리가 뭔지 알아요? 결국은 비틀스더라고요. 그래도 장르라는 게 있고 계보라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범위를 좁혀보면 내가 좋아하는 쪽은 이쪽 영역이라는 거죠."

아이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때로 부럽다. 내 반듯하고 규격화된 마음이나 생활과 달리 자유로움이 느껴져서이다. 음악에 맡기고 그 자체로 공명하는 것이 느껴진다. 음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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