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의 생활

탄자니아의 시골에서

by 물빛


탄자니아는 무덥다.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라는 것이, 실로 체감온도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도착한 이튿날부터 새벽에 기상이었다. 아이는 야행성이라 일찍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그런 게 어디있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법. 더운 나라라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활동이 가능하다. 햇살이 강해지는 오후에는 실내에 숨어있어야 한다. 건물 처마 밑에라도 있어야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단다. 더운 것은 다름 아니라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곳이라서이다. NGO사무실에도 종일 에어콘을 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정전이 된다. 심지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정전이라며 고객 모두 나가라는 안내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친구는 자원봉사자 관련 모든 수속을 이미 해두었었다. 그러나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구청, 시청을 방문하여 한 달간 NGO를 도울 자원봉사자라고 인사를 시켰다.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지어인 스와힐리어를 사용하지만, 공용어로서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일주일은 관공서에 보낼 서류 작업을 돕는 일을 하며, 현지 곳곳을 따라다니며 분위기를 익혔다. 관공서를 제외하고는 에어콘이 가동되는 곳이 거의 없기에 아이는 지쳐했다. 그 일주일이 기후와 음식을 포함해 아프리카에서의 적응기간인 셈이었다. 친구의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는 부엌이 딸린 게스트룸에서 생활하며, 직접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아이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친구가 식사 준비를 해서 방으로 가져다 주는 방식을 취했다. 친구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봉사자의 성향에 따라 모두 함께 하는 것을 거북해 할 수도 있고, 낯선 곳에서의 고립감을 느껴보게 하는 의미도 들어있었다. 성장기 아이이니 고기와 야채를 적절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관리하는 것이 눈에 선했다.


대부분의 활동은 서너 시 이전에 끝난다. 사흘까지는 방에 혼자 있는 시간동안 심심하다고도 했고, 갑작스러운 많은 자유시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불편해도 했다. 한국에서라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소요하는 일이 다반사일 테지만, 전기도 끊어지는데, 와이파이인들 제대로 터질 리가 없다. 하소연하듯 말을 쏟아내는 아이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돌아오고 싶은 거야?" 의외로 아이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과 너무 다른 환경인데다 더위가 힘든 것 뿐이라고. "그럼, 너에게 넘쳐나는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서 루틴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아이는 가져간 노트들을 꺼내서 정비를 했다. 일본어 단어공부, 일본노래 필사, 화성학책 탐독, 그림그리기 등등을 매일 조금씩 나누어 하기 시작했다.

일어학습

두번째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NGO의 주된 활동은 공립학교 학생들의 교육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과과정이 많이 다르고 수준 또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사립학교는 수업료도 비싸고,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이 높은 편이라,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립학교는 한국과 달리 구구단을 다 익힐 즈음이면, 졸업을 할 수 있단다.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친구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보건교육과 기초 수학교육을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사회에 진출해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노예처럼 부려지거나,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되는 경우가 너무 많단다. 방과 후 학교 수업을 개설해서 원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돕고, 위생관념을 가르친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영어를 할 리는 없다. 현지어를 못하는 자원봉사자는 대체 무엇을 하나? 사무실에서는 수업에 대한 보조자료를 만든다. 말이 통하지 않으므로 수업 친행은 당연히 친구와 현지인 직원이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는 수업 시간에 함께 들어가 문제풀이를 채점하거나, 활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다행스럽게 매번 다른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즐겁게 수행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보건수업


출발하기 전에 아이가 부탁한 것이 있었다. 그렇게 멀리 가는 데, 딱 한 곳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잔지바르. 탄자니아의 자치령으로 잔지바르 술탄국이었으며, 프레디머큐리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다르에스살람에서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친구는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로 다녀올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여행은 현지어를 잘 하는 친구의 중학생인 두 딸과 큰아이 세 명이 가기로 했다. 대신 지도에 표시를 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다니도록 당부했다. 친구의 두 딸은 아들보다 한살, 세살 어리다. 현지에서는 중학생으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에 해당했다. 큰 딸은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고, 둘째는 겁이 없고 씩씩한 성격으로, 엄마뻘인 친구보다 두 호랑이가 더욱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막내인 친구의 아들은 초등학생이라 청소년이 여행에서 케어하기는 힘들거라는 배려였다. 세 아이는 그 동안 친해져서 서로 가고픈 곳의 순서를 정하고,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 상의하면서 잘 다닌 모양이었다. 딸들 덕분에 나는 아들의 풀샷 사진도 기념으로 볼 수 있었다. 역시 딸이 있어야 하나. 잔지바르는 키감보니에 비해 훨씬 도시화가 된 곳이라고 한다. 술탄의 중심지였기도 하고, 향신료의 섬이라고 불릴만큼 향신료가 유명한 곳이라, 대부분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곳이다. 영어가 통하는 곳이 있고, 인도나 아랍인들이 많아서 요리도 맛있었단다. 할머니 드릴 작은 선물과 동생에게 줄 바닐라를 사고서 엄청 행복해했다.

잔지바르. 프레디머큐리 뮤지엄

여행으로 리프레쉬하고, 마지막 학교 일정까지 무사히 마쳤다. 관공서에 함께 드나들던 아이는 관공서에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올 준비를 했다. 짐을 잔뜩 가져갔으니, 캐리어를 다시 가져와야지. 친구가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선물할 물품들을 준비해 주었다. 자원봉사를 한 아이에게는 아몬드를 그득 선물로 주었다. 살짝만 볶아 약간은 살구향이 나는 아몬드를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고 했다. 갈 때 가져간 기내용 가방과 보스턴백은 대형 가방에 넣어도 충분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친구가 보내온 사진에 가족 모두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바자지가 잘 잡히지 않아서, 친구가 자주 이용하는 오토바이 기사 둘을 불렀단다. 각각 대형가방을 안고서, 기사 뒤에 매달려서 공항까지 출발. 안전모도 잘 챙겨썼으니 괜찮은 거지. 돌아오는 길은 이전 경험이 있으니, 경유하는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현금도 미리 따로 떼어서 챙기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출발해서 두바이를 거쳐 인천까지 21시간. 한 달만에 아이는 여름나라에서 겨울나라로 돌아왔다. 서울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공항으로 출발

아이가 챙겨온 후원자에게 보내는 물품을 지정한 곳으로 발송을 하는 것까지가 봉사활동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남편이 아이를 맞아, 친구가 꽁꽁 묶어 챙겨 준 상자를 발송했다. 다음 날 서울역에 아이를 만나러 갔을 때, 아이는 왠지 모르게 수줍은 듯 보였다. 그동안 매일 연락을 주고받았음에도 아이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먹고 싶었다는 것들을 먹이고 같이 영화도 보았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끊기지 않고 정전으로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키득거리고 웃었다. 아이는 짧은 시간 동안 다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법을 터득하고, 일상의 감사함을 배워왔다.

서울역사 근처의 눈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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