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노트북을 떨어트렸다.
자책 & 대책 이야기.
2021년 5월에 산 LG 15인치 노트북은 화면도 큼직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첫 느낌부터 좋았다. 특별한 말썽 없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줘서 재택근무도 원활했고, 늘 고마운 마음으로 대해왔다.
그런데 오늘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스카(스터디카페) 37번 사물함을 열어보니 여러 책과 노트북,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얼른 꺼내고 눈 앞에서 치우자는 마음에 서둘러 왼손으로 노트북을 안았다. 그리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빈 오른손을 파일과 책들로 꽉 채웠다.
순간 고요한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노트북은 바닥에 곤두박질쳐져 있었다. 운동신경 따윈 0인 나인데, 좌/우뇌와 오른손/왼손의 협응을 너무 믿은 것인가.
생각해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일상...
아무것도 아닌 일도, 또 중요한 일도 위험을 따지지 않곤 했었다. 노트북이 고가 제품이고 한손으로 들기에 무겁고 크다는 상식을 나는 왜 간과하였는가. A/S 비용이 20만원 가까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자책과 후회가 더 밀려왔다.
"그래 이제는 정신 차리라는 신호 인가 봐."
"200만원짜리 gram을 안 떨어트린 게 어디야.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조심하자."
이 정도 합리화로 퉁 치려(?) 했지만 마음이 영 찜찜했다. 조금 더 셀프토크를 해보기로 했다.
"노트북을 떨어트린 건 거의 3년만이잖아?"
(내 과거 노트북들도 모두 한 번씩 추락하여 모서리가 깨져있다.)
"전자제품을 매달 떨어트린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적도 거의 없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지."
이렇게 여러 각도로 따져보고 나의 실수가 중범죄는 아니라는 사실에 비로소 안도하고 나를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용서는 과거의 영역이니 미래에 대한 대책도 세워보기로 했다.
-빨리빨리 하고 싶을 때 잠시 그 마음을 3초 이상 내려놓고, 의도적으로 천~천~히 해보자.
-물건을 옮길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정말 조심스럽게 '연약한 아기'라고 생각하고 살살 다뤄보자.
이 작은 실천이 나의 습관과 성격을 조금씩 바꿔서 이제껏 없었던 ‘신중함’을 탑재해줄 거라 생각하니 오늘의 실수가 마냥 고통스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