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음식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

일하기 싫은 팀장님에게

by 경험파트너

그런 날이 있습니다.

전과 다르게 그런 날.

왠지 그런 날.

어쩌다 보니 그런 날.

지난 주가 그런 날이었습니다.


많이 먹더군요.

뭔가 보상이라도 받으려고 하는 사람처럼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고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어떤 생각에 홀려서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시간까지 끊임없이 씹고 씹고 씹고

먹는다는 즐거움도 없었고

속은 부대끼고

그걸 또 먹어서 눌렀습니다. 소화제에 비타민까지

외면하고 있던 체중계에 올라서서 늘어난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싫어하는 말이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먹어치우다'를 많이 불편해합니다.


먹는다는 것은 나를 아끼는 행동, 함께 하고 있다는 연결감,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신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채우고 싶고 싶은 행복, 즐거움입니다.

그러나, 먹어 치우는 건 내가 청소기가 된 느낌이 듭니다.

청소를 하는 이유도 내가 필요해서,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릇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의무감에 하는 청소 같습니다. 그릇을 비우기 위해 하는 청소라니...

먹어 치워야 하는 것은 속도감도 생겨서 빨리 해야 할 것 같은데, 하기 싫어지니까 그 불편한 마음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음식을 보이지 않게, 배 속에 넣어서 버려야 하다니... 하기 싫은 반항의 마음도 솟구칩니다.


체중계에 올라가서 정신을 차리고 내려옵니다.

먹는다는 즐거움과 먹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

먹는 시간을 누리는 행복과 빨리 먹어 치워야 하는 속도감

나를 위해 먹는 것과 남을 위해 먹어서 없애야 하는 수동감


관점에 차이가 있네요. 한 끗... 보다는 조금 더 큰 것 같지만 그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은 어떻게 하고 있지...?

일을 하고 있나 VS 해 치우고 있나

과정을 즐기면서 일하고 있나 VS 무턱대고 효율만 생각하면서 달리고 있나

나에게 축적되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나 VS 기억하지 못하고 소멸시키고 있나


어제 먹은 음식이 오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어제 내가 한 일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꼭꼭 씹어 먹으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지식이, 지혜가, 숙달됨이, 더 나아짐이 생기고 있음을 알아차리면서 일하는 것.

그래야 체하지 않고, 소화제 없이,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기다림이 있는 시간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 일이 무엇이라도 내가 해야 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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