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고 싶은 팀장님에게
사진을 찍는 작가들은 눈에 담고, 프레임 안에 담습니다.
전문 작가들은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프레임 안에 담긴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름의 사진 전문가들의 출사에 따라나선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네가 사진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선택해. 그리고 그것을 그냥 담아내는 거야.”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명확한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내 방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스마트폰 속에 담긴 사진들은 사실, 그냥 이미지, 흔적이 많습니다. 진짜 남기고 싶은 사진은 생각보다 많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었다는, 무엇을 했다는, 어디를 다녀왔다는 그냥 혼자만의 기록입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는 눈이 남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고, 넓고 깊게 보고, 다르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는 것은 오감 중 시각, 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다는 것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 생각하는 것,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사용해야 합니다. 관심이 있어야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는 봐야 합니다. 요즘 세상에는 나의 경험과 직감으로 피드백을 하면 바로 꼰대가 되고, 잔소리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바쁜 시간을 할애해서 사실을 관찰하고 타이밍을 잘 잡아서 이야기해야 진짜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에게 피드백하기 위해 관찰하듯 자신도 봐야 합니다. 매일 아침, 내 얼굴의 주름이 어떻게 생기고 있는지, 그 얼굴을 대화의 상대가 봤을 때 편안함을 받는지, 긴장감을 받는지 봐야 합니다. 거울을 보면 정확하겠지만, 신기하게도 인간은 거울이라는 도구가 없어도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눈을 감아도 내가 내 얼굴을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보입니다.
넓고 깊게 보는 것은 종합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력도 있겠지만, 지식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 전체가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서는 인생의 선배,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일터에서는 업무 담당자, 유관부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냥 듣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고 들은 것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경험으로만 해석하게 되면 지금처럼 변화가 크고 많은 세상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을 전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치 눈을 감고 한 자리에서 코끼리를 만지고 그것이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자신이 만진 경험으로만 코끼리는 길다. 두껍다. 단단하다. 얇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코끼리라고 믿는 거죠.
회사에서 의사결정 할 때는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환경의 변화, 조직 내외부의 변화, 구성원들의 변화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는 것이 전체인지를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또한 나의 리더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르게 보는 것은 고정된 생각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사람이나 사건을 바라본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혹은 문제가 아닌데,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최근 화두 중에 세대 차이가 있습니다. 세대가 다른 것이 아니라 시대가 다른 것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경험이 다른 것입니다. 나의 신입사원 시절과 지금의 신입사원은 자라온 환경이 아예 다릅니다. 세대라는 이름으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개개인이 모두 ‘다름’을 ‘알아차림’ 해야 합니다. 다르게 보는 것은 생각을 풍부하게 해 주면서 해석하는 힘과 포용력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포용력이란 남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이는 힘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온 시간이 있어서 고정관념이 생기지만, 살아온 시간 덕분에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 내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것,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내가 모름을 인정하기 위해서 호흡을 깊고 느리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세히, 넓고 깊게, 다르게 보는 것과 더불어 요즘 세상에는 바르게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짜 뉴스도 너무 많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의도에 가려 전부가 아닐 수도 있고, 나의 의도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본다는 것은 의도가 있습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의도는 항상 선합니다. 그러나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본질, 가치, 원칙, 공유된 약속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와 친하고 일 잘하는 동료가 잘못을 하는 경우 모른 척하면 안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배의 잘못을 질책하기 위해 약점을 선택적으로 더 집중해서 찾거나 냉소적으로 보는 것도 안 됩니다. 사건이나 사람을 보는 눈에 ‘옮음’, ‘바름’을 담아야 한다.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에 변화가 있는지도 살피는 것을 말씀드려 봅니다. 시간처럼 그냥 흘러가듯이 살지 말고, 시간을 붙잡고 자신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세상입니다.